재벌들의 「분가」바람이 불고 있지만 「위성그룹」의 상당수는 계열분리후에도 계속 모(母)그룹으로부터 변칙자금지원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분리는 말 뿐이고, 적지않은 위성그룹들은 사실상 모그룹의 준(準)계열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위성그룹 종류에는 원래 같은 그룹에서 형제·자녀간 재산분할로 분가한 친족계열분리회사, 친족관계가 아니면서 분리된 비친족계열분리회사, 처음부터 별도기업이었으나 오너끼리 친인척관계인 친족독립회사등이 있다. 안희원(安熙元)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장은 『모그룹과 위성그룹간 부당내부거래는 유형까지도 통상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 지원형태는 모그룹이 위성그룹에 돈을 빌려주면서 무이자 또는 아주 낮은 금리를 받는 것. 실세금리와 차액 만큼 돈을 거저 지원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鄭順永)회장이 운영하는 성우그룹의 성우정공에 선급금명목으로 154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
삼성생명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여동생 명희(明熙)씨가 독립한 ㈜신세계에 120억원을 부동산담보로 대출해주면서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줬다. 한화석유화학, 한화, 한화에너지는 김승연(金昇淵)회장의 동생 김호연(金昊淵)회장의 ㈜빙그레에 408억원을 저금리로 빌려줬고, 현대기업금융은 친족계열분리회사인 동서관광개발에 무려 2,996억원을 저리대여했다.
금융계열사는 이같은 부당내부지원에 예외없이 연결고리역할을 맡아 「사금고」의 폐해를 드러냈다. 현대투신운용은 친족계열분리기업인 주리원 및 동서산업이 발행한 각각 100억원, 150억원의 기업어음(CP)를 싼 금리로 매입해줬다. LG정보통신은 LG그룹이 대주주였던 보람은행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 뒤, 구본무(具本茂)그룹회장의 동생 구본릉(具本綾)회장 소유 3개 회사(희성화학 희성금속 희성전선)의 CP를 저리매입토록 함으로써 90억원을 부당지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한화와 금호 LG 성우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은 부당지원사실이 적발됐음에도 불구,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과징금감면」조항을 적용받아 과징금 부과규모가 줄어드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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