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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무비' 있기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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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무비' 있기는 있어?"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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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춤에 이어 영화도 테크노(Techno)바람이다. 빠른 템포, 기계적인 반복, 감각적 영상을 표방하는 외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로 MTV세대들이 만드는 이런 영화들은 스토리 구조를 헤체하거나 스토리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장난처럼 감정을 뒤섞는다.걸프전을 소재로 한 「쓰리 킹즈」(Three kings·12일 개봉)에는 전쟁의 비장함이나 무거움이 전혀 없다. 마치 전자오락을 하듯, 테크노 음악이나 춤을 즐기듯 전장에서 한바탕 멋대로 법석을 떤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재미있는 오락으로 생각하고, 총을 맞은 사람의 내장이 움직이는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주는가 하면, 이라크 군에 포로로 잡힌 트로이 하사(마크 월버그)가 느닷없이 창고에 쌓인 휴대폰으로 미국의 아내에게 전화를 하는 황당한 장면을 집어넣는다.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출신의 신예 데이비드 러셀 감독에게 영화는 더 이상 관습이 아니다. 비록 전쟁이라도 즐겁고 재미있고 신나게 즐기고 나면 그만이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움직여 시각적 변화를 추구하고, 그 영상에 맞춰 빠르고 강한 음악이 나온다.

상사 아치(조지 클루니)와 트로이, 중사 칩(아이스 큐브)이 소풍가듯 막 전쟁이 끝난 이라크군 진영에 들어가 후세인이 숨겨놓은 황금을 빼앗아오기까지 그들이 벌이는 사막에서의 액션은 플로어에서 제멋대로 추는 「막춤」에 가깝다. 그것을 통해 영화는 미국의 이중성을 비아냥거린다.

일본영화 「사무라이 픽션」(19일 개봉)은 테크노클럽과 같은 분위기이다. 흑백필름에 죽음과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이 중간중간 사이키델릭하게 끼어들고, 일본전통 사무라이의 비장미를 조롱하는 바보적 코미디가 로큰롤 음악을 타고 장난스럽게 펼쳐진다.

기존의 영상리듬을 배반하는 때론 정지하고 때론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은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이 미국에서 익힌 MTV적 뮤직비디오를 닮았다. 카자마츠리(호테이 토모야스)가 칼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고, 그런 그를 쫓는 헤이지로(후키코시 미미츠루) 일행의 움직임은 코믹광고와 다르지 않다.

가보(家寶)인 아버지의 칼을 가져간 자를 쫓는 풋내기 무사의 이야기이지만영화는 드라마나 주제의식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 만화같은 황당함과 키치(Kitch·저급문화)적 유머는 전통정서와 영화적 관습에 대한 일종의 조롱이다. 영화가 상승선을 타고 진행하는 것은 멋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어긋나게 그렸다는 감독의 말. 마치 헤이지로 일행처럼, 영화에 나오는 음악처럼 기분대로 뛰다 말다 한다.

「사이먼 세즈」(Simon Sez·12일 개봉)는 주연 데니스 로드맨부터 일종의 「퓨전」(뒤섞기)이다. 시카고 불스(이번 시즌부터 댈러스 매버릭스)의 스타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맨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로 시종일관 흐르는 테크노 음악과 액션이 주를 이룬다.

첨단 무기 밀매업자로 휴대용 레이저로 세계를 향해 테러전을 준비하고 있는 악당 에쉬톤을 추적하는 특수경찰 사이먼 이야기. 홍콩 영화의 격투장면, 스탠리 큐브릭의 「클락워크 오렌지」를 패러디한 악당과 부하의 캐릭터, 베드신에서 더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테크노음악까지, 영화는 전형적인 줄거리를 퓨전 스타일로 치장했다.

때문에 볼거리, 들을거리는 확실하게 제공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색채를 갖고 있지 못하다. 퓨전 스타일의 약점이다. 감독 켈빈 엘더스에게는 액션이나 섹스도 모두 테크노 음악과 춤, 아니면 스포츠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움직임이다.

이런 영화들은 소비적이고 감각적이다. 마치 오락을 즐기다 컴퓨터를 꺼버리면 아무 잔상도 남지않는 그런 이미지이다.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주제와 인간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지 않는다. 사이버문화시대 일종의 유행처럼 「내 마음대로, 내 스타일로, 왜냐고 묻지마」이다.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비웃는다. 이미 우리 영화에도 이런 유행은 「주유소 습격사건」이 시작했다.

그러나 테크노무비를 표방한, 테크노무비라고 선전하는 대부분의 외화들은 그들이 겨냥한 N세대에조차 어필하지 못한다. 그것은 「쓰리킹스」나 「사무라이 픽션」이나 단지 무늬만 테크노일 뿐 결국은 기존 영화보다 더 어설프고 어색한 결말로 굴복하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뛰놀다 갑자기 「휴머니즘」으로 귀착하는, 그것으로 감동과 가치를 얻으려는 것까지도 테크노무비의 「예측불가」라고 하기엔 너무 상투적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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