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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장옮기면 스트레스 쌓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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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장옮기면 스트레스 쌓여요"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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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던 무역업체 A상사 대리 박모(33)씨. 입사 동기인 직장 동료가 최근 모 벤처기업의 전자상거래 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동료가 새 회사에서 받는 연봉은 자신과 비슷하지만, 현재 장외에서 6만-7만선에 거래되는 주식을 5,000주나 스톡옵션으로 받아 「신흥귀족」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박씨는 『회사를 박차고 나가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거나 어엿한 벤처기업의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동료들을 볼 때면 초라한 자신과 비교돼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밤에는 잠도 잘 안오고 부부관계도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S전자 김모(37)과장도 『며칠 전 벤처기업으로 옮긴 부하직원이 나의 3배나 되는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허탈한 기분과 함께 빨리 한 몫 잡아야겠다는 초조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직장인들 사이에 「회전문 신드롬(Revolving Door Syndrome)」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회전문 신드롬이란 원래 같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특히 직장에서 일에 익숙해져 안정감을 느끼면 뭔가 잘못됐다고 여겨 쉽게 그만두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을 옮겨다니는 것이 습관이 돼 회전문처럼 계속 빙빙 돌게 된다고 해 회전문 신드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엔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극히 일부 직장인에게서 드물게 발견됐으나, 최근 「대박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평범한 직장인들 사이에도 회전문 신드롬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처럼 주식이나 거액의 연봉을 좇아 이직하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남아있는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심한 경우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와 강남구 일대 병·의원에는 소화불량, 두통, 불면, 우울증,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직장인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성준박사는 『우리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남아있는 직장인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감정의 변화를 제대로 다루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엔 여러가지 정신적, 신체적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2-3개의 증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선릉역 부근 한나라한의원(원장 최병학)이 지난 3개월간 내원한 직장인 131명을 조사한 결과 어깨결림을 호소한 경우가 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화장애 46%, 만성 설사 29%, 성기능장애 23%, 두통·기억력 감퇴 18%, 시력감퇴 1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최원장은 『직장인들의 이런 증상은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누적된 피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세란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철과장은 『이직 스트레스가 심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안정해 지면 생체리듬이 깨져 불안증, 두통,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콜레스테롤과 혈당이 올라 고혈압, 당뇨, 심장병이 악화하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직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천해 보라고 권한다. 첫째,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발산하고 순화한다. 이런 가운데 스스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

둘째, 취미활동이나 사교모임 등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개발한다. 셋째,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목표를 정한다. 넷째, 인맥을 넓히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다섯째,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력을 되찾는다. 여섯째, 근무 도중 틈틈이 이완운동을 통해 정신적 긴장을 해소한다.

조성준박사는 『최근 이직 열풍의 심리적 이면에는 사행심이 자리잡고 있어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엔 현 직장에서 좀 더 창의적으로 일을 하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가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징조가 보이면 과감히 직장을 옮겨라

1. 기껏 조정한 봉급 인상분이 쥐꼬리만큼 적다.

2. 일을 기막히게 잘했는 데도 인센티브가 없다.

3. 회사가 연구개발보다 임원 수련회 등에 돈을 더 쓴다.

4. 성의 없고 내용도 부실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5. 사무실 PC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낡은 기종이다.

6. 상사보다 헤드헌터 등 외부에서 자신을 더 인정해 준다.

7. 직장에서 유일한 말 벗이 우편배달부이다.

8. 퇴직 동료의 자리를 메우느라 간신히 승진했다.

9. 새로 온 팀의 리더가 경험도 능력도 없어 답답하다.

10. 이같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최근엔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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