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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일본의 고민 '기생 독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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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일본의 고민 '기생 독신족'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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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근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말이 정착해 가고 있다. 도쿄(東京)대학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宏)교수가 「기생충」과 「독신」을 뜻하는 영어를 묶은 말이다. 행태를 감안해 우리말로 옮기면 「기생 독신족」이 되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빈대족」이 된다.『학교를 나와 취직을 했고 결혼 적령기도 지났다. 마땅한 배우자를 찾지 못해 결혼을 하지 않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이 30을 넘긴 멀쩡한 남녀가 독립할 생각은 않고 부모님에게 「빌붙어」 산다. 월급을 받으면 체면치레로 몇 푼 내놓으면 먹고 자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나머지로는 몸치장을 하고, 데이트를 하고, 스키나 해외여행을 즐긴다. 본인들은 편안하지만 결코 넉넉할 수 없는 일본 살림에 부모들은 속이 탄다. 그렇다고 남도 아닌 자식을 매몰차게 내쫓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부모님을 모시던 전통은 기대할 수 없다지만 허리가 휘어가는 노인들이 거꾸로 다 큰 자식들을 보살피는 모습에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야마다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기생 독신족」으로 분류될 수 잇는 남녀는 약 1,0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일본적 상황」을 배경으로 든다. 거품 붕괴 이래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먹고 자는 데만도 엄청난 돈이 드니 독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성의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도 곁들여 진다.

그러나 1990년 이후 급여생활자가 월급을 모아 내집 장만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있고 소득 증가률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는 점에서 경제적 요인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이들의 증가에 대한 일본의 우려는 궁극적으로 출산률 저하와 인구 감소로 이어지리라는 점에서다. 우리 사회에도 「기생 독신족」이 늘고 있다. 인구감소 걱정을 안해도 된다지만 그 존재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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