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北風)과 섹스·부패 스캔들 폭로로 얼룩진 대만 총통선거전의 불똥이 필리핀까지 튀어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했다.사단의 빌미는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제공했다. 李총통은 8일 집권 국민당 후보로 3월 총통선거에 나서는 롄잔(連戰) 부총통 지지 연설에서 대만이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할 경우 필리핀처럼 가난해질 수 있다고 필리핀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필리핀 사람 수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대만에 오는 것은 그들의 부모들이 뽑은 지도자가 필리핀 경제를 망쳤기 때문』이라며 『대만도 連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필리핀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連후보측은 유력 경쟁자인 쑹추위(宋楚瑜) 후보의 부패스캔들을 들추며 그를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뉘앙스를 풍겨왔다.
최근 들어 가뜩이나 양국 관계가 원만치 않은 터에 필리핀이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의 대변인 제리 바리칸은 즉각 『대만 국내문제에 필리핀을 끌고 들어간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또 『필리핀 근로자들의 해외 진출은 1960년대 초부터 각 분야의 고기술 인력 수요에 따라 시작됐다』며 『최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만내 필리핀 노동자들은 11만명을 넘는데 이들을 둘러싼 「문제 발언」으로 양측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連후보는 지난해 9월 선거유세에서도 필리핀이 대만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고 필리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필리핀의 많은 정치인들이 정부 돈을 조직범죄나 파벌형성에 이용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외국에 나가 직업을 찾아야 했다』고 거론했다. 필리핀측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주제넘은 발언』이라고 비난하고 『대만의 필리핀 근로자들은 대만 경제 발전과 수출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양국은 난사(南沙)군도 영유권 분쟁외에 민간항공기 운항 중단 등 갈등을 빚고 있고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의 시위가 대만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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