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9일 일본 도쿄방송(TBS-TV)과의 회견에서 『남북문제를 풀려면 김정일(金正日)노동당 총비서와의 대화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또 『김총비서는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 등을 상당히 갖춘 것으로 안다』며 김총비서의 자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는 북한 전문가들이 공유한 평가를 수용한 것이지만 김총비서를「괴팍한 지도자」쯤으로 인식하는 일반 정서와 비교하면 전향적이다. 올 대북정책 목표를 한반도 평화정착의 원년으로 정한 김대통령은 북·미, 북·일관계 개선움직임과 맞물려 남측도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대접하려는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경협을 질적으로 끌어 올리고, 이산문제 등 냉전과제를 일거에 청산할 수 있는 정상간 대화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다.
메시지는 최근 김대통령 발언을 되짚어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김대통령은 1월 2일 CNN인터뷰에서『김총비서는 당·군·정을 완전히 장악한 것 같다』고 언급한 뒤, 같은달 20일 민주당 창당대회에서 『총선에서 힘을 준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6일 연두기자회견에서는 『총선후 정상회담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제안할지 등을 최종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포석은 4월 총선 이전까지 환경조성에 역점이 두어질 것으로 보이며 구상의 전모는 한국전 발발 50주년인 6월 25일이나 광복절을 전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상회담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미, 북·일 관계개선과 남북관계 개선간의 속도를 조율하는 국제적 정지작업과 비료 등 대북지원, 비전향장기수 북송문제 등에 대한 국내적 준비작업을 병행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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