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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의 일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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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의 일본경제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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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회복은 극히 완만하다. 지난해 3월 「하방 경직」을 읽었던 경제기획청은 1년이 다 된 지금도 「회복 진입」은 커녕 「바닥을 쳤다」는 진단도 주저하고 있다.총리자문기구인 경제전략회의의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금년도까지 우선 금융안정을 이루고, 2002년도까지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리고, 2008년까지 장기적 안정 성장의 토대인 구조 개혁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본격적인 일본 경제의 활력은 그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전후 최악의 위기」라는 일본의 비명은 국내총생산(GDP) 1.9% 감소를 두고 나왔다. 그만큼 불황의 골이 얕은데도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그 폭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한국 등 아시아가 맞았던 좁고 깊은 골과의 뚜렷한 대비는 일본 경제가 보다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맞았음을 일깨운다.

불황속에서 한동안 일본에는 경제 민족주의적 논의가 무성했다. 일본이 개미처럼 일해 모은 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금융 호황을 떠받치는 국제 자금의 왜곡된 흐름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자연히 제조업 무용론도 뒤따랐다. 이런 주장은 일본 경제의 내재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이에 근거한 구조 개혁 주장 앞에서 이내 힘을 잃었다. 대신 1970·80년대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일본형」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의 추종에 대한 잇따른 반론과 함께 「신(新) 일본형」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교토(京都)대학 요시다 가즈오(吉田和男)교수는 『1990년대가 정체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간은 새로운 「일본형」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형」의 창조적 파괴로 만들어 질 「신일본형」의 실체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전체 산업을 지탱해온 호송선단 방식이 무너지고 지난해 10월 미쓰이(三井)그룹의 사쿠라은행과 스미토모(住友)은행간 합병 발표 이래 구재벌 등 계열기업 집단의 벽도 깨졌다. 수직적 계열관계도 수평적 분업관계로 바뀌고 있다. 연공서열과 종신고용도 무너지고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그 정신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형과는 구분된다.

「신일본형」은 제조업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인터넷 경제붐은 「미래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이며 그 속은 결국 강력한 제조업으로 채워야 한다는 판단이다. 「신일본형」 벤처기업의 원형으로 소니와 교(京)세라가 자주 거론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양사는 모두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 짧은 시간에 세계적 메이커로 성장했다. 경제성 있는 시장형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한편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융합,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회복은 더디지만 장기적인 모색으로 보아 앞으로 등장할 「신(新) 일본형」은 강한 경쟁력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닛산(日産)자동차는 지난해 10월 2002년까지 전체의 14%, 2만1,000명의 종업원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장기 불황속에서 감원 바람은 곳곳에서 불었지만 유례없는 대규모 삭감 계획이어서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닛산 충격」은 요란한 비명과는 달리 일본의 인원 정리가 최소한에 머물렀음을 거꾸로 확인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닛산조차도 명예퇴직 자원자를 중심으로 할 계획이듯 일본의 인원 정리는 누적 적자를 견디다 못한 방어적 조치에 국한돼 있다.

도요타자동차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닛케이렌(日經連)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안이한 인원정리는 경영책임의 방기』라고 질타했다. 히노(日野)자동차의 유아사 히로시(湯淺浩)사장도 『인원정리는 경영자로서는 실격』이라고 강조한다.

업무 효율을 자극하기 위해 성과급이나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종신고용, 또는 장기고용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신일본형」 경제는 변형되거나 때로는 강화된 종신고용제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마쓰시타(松下)전기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숙년(熟年) 공장」을 2001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후지쓰(富士通)는 아예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방침이며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고용연장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자원 빈국으로서 유일한 자산이라고는 인간뿐이라는 공통인식과 급격한 고령화 현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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