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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엔 해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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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엔 해커로"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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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金材熱·32)씨는 1993년 데이콤 전산망을 통해 은행 전산망을 유린하며 은행잔고를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켰던 「국내 1호 해커」. 집행유예를 받고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에 특채됐던 김씨는 1998년 쟁쟁한 전산 관련 석·박사를 모두 물리치고 정부 기획예산처 사무관에 특채됐다. 김씨는 현재 정부 산하기관 보안시스템 진단과 기획예산처 근거리통신망 설치에 여념이 없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해커를 잡기 위해서는 해커들이 나서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급전산기술자인 해커(hacker)들이 악의적인 전산망파괴 해커들인 「크래커(cracker)」들을 잡는 것이다.

『해커와 크래커간에 치열한 「사이버전쟁」은 시작된 지 이미 오랩니다』 「해커전사」들을 양성해내는 대표적 국내기관인 ㈜해커스랩 사무실은 9일 야후, 아마존닷컴 등 세계적 유명 인터넷 전문업체에 이어 대검찰청 컴퓨터범죄수사반 홈페이지마저 해킹당하자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커전사 10만 양병설」을 주창, 지난달 31일 이 곳을 설립한 경찰청 컴퓨터범죄수사대 출신의 이정남(李禎男·45)소장은 『미래전인 사이버전쟁에 대비하고 전자사회의 핵심고리인 전자상거래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 해커 양성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소장은 13단계의 해커 교육과정을 통해 해커를 길러내는 한편, 김대경(31)씨를 야전사령관으로 한 해커특수부대 「스와트(SWAT·Security Watching & Analyzing Team)」를 결성, 본격적인 크래커 사냥에 나설 계획이다.

컴퓨터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해커들의 몸값은 일찌감치 상한가를 치닫고 있다. 컴퓨터보안전문업체인 시큐리티소프트(Securitysoft)는 얼마전 해커출신 김모(25)씨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해커들의 실력경연장인 해커스랩에서 최고단계인 13레벨을 통과한 김씨같은 전문가만이 A급 크래커들을 막아낼 수 있다』며 『신원공개를 꺼려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기업 등에서는 해커 출신 직원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커들이 직접 보안전문업체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6명이 뭉친 「A3보안컨설팅」이나 포항공대 해커들이 모인 「인젠(Injen)」은 해커들이 해커를 잡기 위해 만든 대표적 회사. 이 곳의 이재훈(25)씨는 『해커 가운데 크래커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며 『해커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최고의 컴퓨터 보안기술자로 보아 달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측은 『대학과정에서 전문해커를 교육하는 곳은 한군데에 불과하다』며 『해커교육을 학제적인 차원으로 격상시켜 관련 학과를 설립하는 방침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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