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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추억이 담긴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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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추억이 담긴 거울

입력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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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실 두쪽에는 작은 책상만한 크기의 거울이 있다. 모서리가 닳고, 때가 묻어 무척이나 보잘 것 없이 보이지만, 거울은 매년 바뀌는 반 아이들의 모습을 품고 있다.흘러간 세월 만큼이나 성숙해진 거울은 가끔 나에게 우리반 교실을 보여준다. 거울이 보여주는 우리반 교실 풍경은 내가 평소에 둘러보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이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반 친구들은 내가 교실을 보는게 아니라 나의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장난치는 모습.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들... 정겨운 교실의 풍경은 거울에 반사되어 내 마음으로 들어온다.

평화로운듯 보이는 교실이건만 때로는 그 평화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 경쟁과 시기의 감정들이 비춰지기도 한다. 선생님들의 알 수 없는 신경전 아이들의 마음속 누구에게나 욕심과 갈등이 심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에 지쳐있는 거울이 깨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마음이 아프지만 교실의 역사를 지켜야 하기에 거울은 꿋꿋하게 모든 현장을 담아낸다.

난로에 넣을 조개탄을 실어 나르던 때가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난로를 돌보는 우리의 마음은 훈훈했다. 가스 스토브가 들어와 그러한 정감을 느끼기는 커녕 새어나온 가스로 머리가 아프고 움직이기 조차 귀찮아진 지금, 문득 그때가 그리워진다. 난로에 손을 데기도 하고, 오징어도 구워먹고 했던 그때 겨울의 모습이, 추위로 김이 허옇게 선 거울에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래도 거울은 좋을 것같다. 희미하게나마 그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우리들이 기억은 거울과 달라서 그것을 기억하기에는 참 메말라있다.

김보람 / 서울명덕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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