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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짱'이 모범상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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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짱'이 모범상 받는다

입력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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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서클 「일진회」의 「짱」이 졸업식에서 「모범상」을 받는다.『빨리 졸업장을 받아 병상에 누워계신 엄마에게 바치고 싶어요. 전과 7범의 낙인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태어나려 합니다 』 때늦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이틀 앞둔 9일 오택진(吳澤珍·22·경기 부천시 소사구 역곡동)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감을 밝혔다.

오씨가 자퇴생과 소년원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정규학교과정를 가르치는 사회교육시설 「성지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해 8월. 딱벌어진 어깨에 100㎏이 넘는 거구의 오씨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교무담당 선생님께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1년전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며, 폭력사건으로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얘기 등. 어머니의 가장 절실한 소원이 외아들인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씨의 이전 학교생활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성지학교가 건네받은 오씨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1년 결석일수는 50일, 교과목성적은 전부「가」. 거칠고 싸움만 잘하는 그에게는 어울릴만한 친구도 없었고 선생님들에게도 기피대상일 뿐이었다. 부천 B중학교에 다닐때는 폭력서클 「일진회」를 조직, 부천시 전역에서 빗나간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주는 「짱」으로 군림했다.

사고뭉치 아들로 인해 늘상 다투던 부모님은 19995년 끝내 이혼했고, 충격을 받은 오씨는 이때부터 이를 악물었다. 성지학교를 찾아간 것도 오씨 스스로의 결정. 그러나 오씨의 졸업이 가능했던데는 학교의 역할도 컸다. 오씨는 수업시간이 활기차 있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긴것을 가장 기뻐한다. 또 자신의 전과 사실 등을 알고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캐묻는다든지, 꺼리는 선생님이 없어 적응하기 너무 편했다고 했다.

담임선생님 김영찬(金榮燦·38)씨는 『대부분의「문제아」들은 졸업을 앞두고 뒤늦게 학교생활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선 학교에서는 그 후회를 희망으로 끌어주지 못한다』며 『우리 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표창장을 하나씩 주는데, 이런 상을 한번 받고 나면 학생들이 완연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최근 오씨의 어머니 조모(55·미용사)씨는 자궁암 선고를 받았다. 8일 오전 인천의 한병원 수술대에 오르기 전 어머니는 『아들의 졸업식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며 『아들이 성지학교를 다닌후 바뀐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오씨는 하루 종일 어머니 곁에서 울며 간병을 했다. 장차 자동차정비학원에 다녀 자격증을 딴 뒤 카센터를 운영, 자신으로 인해 결별한 부모님을 재결합시켜드리는 것이 오씨의 꿈이다. 가수 이정현도 이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강훈기자/hoony@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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