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뉴스 세 가지가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연례 다보스 포럼, 영국 이동통신회사 보다폰의 독일 만네스만 인수합병, 오스트리아의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의 공동집권이 그것이다. 얼핏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유럽의 진보적 언론은 셋 모두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맥락에 나란히 놓고 분석하고 있다.■알프스 고급 휴양지에서 열리는 다보반짝 아이디어 재테크 포럼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이념을 전파하는 모임이다. 국제적 기업가와 전문가는 물론 각국 경제정책 입안가들이 대거 참석, 세계경제 흐름을 조망한다. 올해 핵심주제도 정보통신혁명등 「신경제」속의 생존전략이었다. 벤처투자 촉진, 과세 및 규제완화, 주식시장 발전 등 미국의 성공모델이 강조된 것은 물론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낮았다고 한다.
■보다폰의 만네스만 합병은 「독일 요새가 붕괴됐다」는 환호와 경악을 함께 불렀다. 막강한 독일경제 주역중 하나가 영국기업의 적대적 합병공세에 무너진 것은 영미 앵글로 색슨경제의 신자유주의·세계화 물결에 맞서 온 독일 라인(Rhine)모델의 방파제가 허물어진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라인모델은 적극적 M&A보다 건실한 경영, 증시보다 은행, 금융보다 제조업, 사회적 경쟁보다 합의와 복지를 우선하는 서유럽의 이념과 체제를 대표한다.
■라인모델 국가인 오스트리아의 극우파 집권은 국민의 개혁욕구가 신자유주의로 급속히 기운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인과 사회 저변층, 복지제도 등에 적대적인 하이더를 지지한 것은 경쟁과 생존논리가 지배하는 대세에 휩쓸린 선택이란 것이다. 그리고 주변국이 나치망령까지 되살리며 강경대응하는 이면에는 스스로 추종하는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이 현실화한데 따른 당혹감이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하이더의 죄는 주변국 지도자들이 은밀하게 실행하는 정책을 공공연히 떠든 것 뿐」이라고 논평했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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