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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자들의 멍청한짓] 김강자서장을 주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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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자들의 멍청한짓] 김강자서장을 주목하지 말라

입력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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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자 종암경찰서장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은 『드디어 강자가 나타났다』, 『미아리 텍사스촌이 떨고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우리 사회는 지금 관심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그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김강자서장 같지 않은 공직자들을 주목해야 한다.

김강자 서장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녀는 특별히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서장과 같은 열정과 책임감으로 일하는 공직자를 별로 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놀라고 있다.

김강자 서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계속 보내면서 우리의 눈을 다른 공직자들에게 돌려보자. 대한민국은 무능한 사람이 경찰서장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소위 능력 있는 공직자들이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종암경찰서장의 직무를 수행해 왔지만, 미아리는 여전히 미성년자 매춘의 메카로 군림해 왔다. 전임자들이 만약 자신의 직무를 김강자 서장만큼 충실히 수행했다면 미아리는 그런 무법천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강자 서장처럼 일하지 않았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직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봉급이 작아 뇌물에 약해서? 승진적체로 사기가 떨어져서? 필요한 인원이나 예산이 부족해서? 아니면 각종 불합리한 법규가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조금씩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직무태만의 핑계로는 충분치 않다. 김강자 서장은 이러한 핑계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일하게 하는 것일까?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그녀의 힘의 원천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과거에 미성년자들의 매춘과 이들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를 보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약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솟구쳤다는 점이다. 이것이 자신의 직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너무나 많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무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채 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직무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그저 일하는 시늉만 낸다.

일한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일하게 하는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에게 김강자 서장과 같은 직무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려면, 우선 시간만 때워도 봉급을 주는 「철밥통」의 급여체계라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한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처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김서장이 발휘하는 힘의 두번째 원천은 업자들과 유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정부패 사건의 끄트머리에는 반드시 공무원이 개입되어 있는 현실에서, 김강자 서장의 행동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뭘까?

행정이란 그 속성상 규제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업자의 뇌물에 거의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공무원들이 업자로부터 커피 한잔이라도 얻어 마시면 그것이 뇌물로 인식되도록 평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김강자 서장이 오히려 평범한 경찰서장으로 보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행 직무평가팀장 최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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