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신인왕도 역시 세터싸움이다. 공교롭게 둘 다 도로공사 소속이다. 19세 동갑내기인 김사니(180㎝·중앙여고)와 최정화(177㎝·강릉여고). 만년 꼴찌팀이던 도로공사를 「미래의 팀」으로 만들었다.고교랭킹 1, 2위를 다투던 세터로 여자배구에 더블세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위치에 따라 세터와 라이트 공격수 역할을 번갈아 해낸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서 한국스포츠 구기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유경화-유정혜 이후 24년만에 등장한 시스템이다.
둘의 가세로 도로공사는 9일 현재 3승4패를 마크, 3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라이벌 담배인삼공사 흥국생명을 연파하며 LG정유 현대의 「양강구도」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차이는 있다. 최정화가 공격, 김사니는 토스가 앞선다. 최정화는 52개의 스파이크 포인트를 기록중이고 22%의 성공률로 64개의 토스를 완벽하게 뿌렸다. 김사니는 25%의 성공률로 169개의 완벽한 토스를 펼쳤고 스파이크는 35득점. 사니는 기본기가 좋은 왼손잡이라는 이점이 있고 정화는 점프와 스파이크가 좋다. 청소년대표팀서 사니는 세터, 정화는 라이트를 맡았다.
성격도 다르다. 와인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김사니는 쾌활하고 덜렁거리는 스타일이지만 오렌지색 머리인 최정화는 내성적이다. 이 때문인지 타고난 감각을 자랑하는 사니와는 달리 정화는 몰래 방에서 벽을 상대로 토스연습을 한다. 하지만 승부욕은 누가 낫다고 할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고교시절 승부는 무승부. 김사니가 중앙여고 1, 2학년때 팀을 최강으로 이끌었다면 최정화는 지난해 강릉여고를 전관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김사니는 성인대표팀에 뽑히면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더블세터 시스템은 둘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 신일균감독은 둘을 한방에 넣었다.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지 벌써 석달. 청소년대표팀서 말을 아낄 정도로 서먹했던 둘이지만 이젠 서로를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장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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