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지구촌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이 해킹 공포에 떨고 있다.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Yahoo!)를 비롯, 세계 최대 인터넷 소매점 아마존(Amazon.com)과 바이닷컴(BUY.com) e베이(eBAY), 급기야 CNN웹사이트(CNN.com)까지 평범한 해킹에 무릎을 끊었기 때문이다.또한 『다음은 누구 차례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피해의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야후 등의 요청에 따라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e -비즈니스」에 제동을 걸기위한 해커들의 조직적인 반란이라는 의혹까지 대두되고 있다.
피해상황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7일 오후 1시 45분(미 동부시간) 야후가 서비스거부공격(DoS, Denial of Service attack)을 받아 접속불능상태에 빠진 지 하룻만에 아마존 등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DoS는 어느 회사에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모든 전화선을 불통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장난전화 처럼, 엄청난 양의 가짜 접속을 일으켜 다른 사용자들의 접속을 차단하는 수법이다. FBI가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주의를 촉구해 왔고, 관련 소프트웨어가 공공연히 유통될 만큼 「고전」에 속한다. 그런데도 피해 기업들 대부분은 복구에 평균 2시간이 걸렸다. 일부 전문가는 『오래 걸려도 30분내에 해결됐어야 했다』며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서버의 기본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후의 경우 공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최소 50곳 이상의 인터넷상의 지점에서 초당 1기가 바이트의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토로할 만큼 「신종」이라고 해명했다.
관심은 피해의 유사성이다. 피해기업 모두 인터넷 온라인 사업분야에서, 그것도 선두로 꼽히고 있는데다 주컴퓨터나 고객정보 손상없이 접속만 차단됐다. 아마존은 차치하고라도 e베이와 바이닷컴 회원수도 각각 1,000만명, 130만명에 이른다. 8일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닷컴은 상장가(주당 13달러)의 배가까이 오른 25.125달러로 장을 마쳤다.
경제적 피해는 없다는 피해기업의 해명에도 불구, 이번 해킹에 따른 잠재적 손실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업종 속성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아마존은 해킹을 당한 직후 고객들의 구매를 막느라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증권투자 사이트 등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확산될 경우 e-비즈니스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배후는 보안 전문가들은 시기와 공격방식의 유사성을 들어 동일범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커를 잡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커를 붙잡더라도 후유증이 계속될 수 있다. 지난해 미 백악관 웹사이트를 공격한 혐의를 받은 「글로벌 헬」에 대해 FBI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자 이들이 DoS로 보복 공격, FBI 웹사이트가 마비됐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선진국, 해킹에 무방비… FBI도 '속수무책'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선진국들도 해커에 속수무책이다. 미국 일본 등은 해커에 대응키위해 대규모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검거율이 미미하다.
미국은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국방부 컴퓨터망이 수시로 공격을 받고 있고, 일부 해커들이 비밀자료까지 빼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에는 인터넷 음반판매업체인 「CD유니버스」의 웹사이트에 해커가 침입, 고객의 신용카드 파일을 빼내 인터넷상에 공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일본도 지난달 25일 통계청 총무청 등 정부 홈페이지에 해커들이 침입, 자료를 삭제하고 일반인들이 이용치 못하도록 접속 경로를 차단하는 등 사이버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도 정부 컴퓨터 망이 해커들에 수시로 농락당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같은 사이버 범죄를 차단키위해 공조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현재 800건 가량의 해커 범죄를 수사하고 있지만 해결율은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킹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이테크화하는 반면 수사방법은 고전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FBI가 드물게 범인을 잡아낸 경우도 해킹이 빈발하는 사이트에서 기다리다 추적하는 함정수사나 위험인물 리스트 활용 수사 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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