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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무비리 수사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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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무비리 수사와 정치인

입력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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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국방부가 합동으로 병무비리 척결의 칼을 빼들었다. 시민단체 등의 제보로 입수된 상당량의 비리자료가 수사의 단서라고 한다. 최근 구성된 검·군 합동수사반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 혐의자 가운데는 전·현직 국회의원 54명을 비롯한 119명의 사회지도층 인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다. 정치인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했던 군 수사팀의 발표와는 사뭇 다르다.대부분이 자신의 아들과 동생, 조카등을 군의관에게 돈을 주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게 하거나, 현역입영을 해도 석연찮은 이유로 의병제대토록 한 혐의다. 정부가 병무비리 척결을 위해 이처럼 대대적인 합동수사를 벌이는 것은 새 정부들어서만도 벌써 세번째다. 병무비리 척결다짐은 이솝우화의 「늑대소년」처럼 이제 내성(耐性)이 생겼다. 공권력이 이렇게 불신받게 된 사태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마땅하다.

김대중대통령은 98년 6월16일 국무회의에서 『병무비리는 국방부와 병무청의 구조적 비리』라며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 명단을 공개해 다시는 비리청탁을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게 하라』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전담수사팀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항상 진상을 시원하게 밝히기 보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세간에서는 힘있는 기관이나 인사가 관련되면 이를 밝혀내기 보다는 덮는 일에 급급하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정부가 다시 검·군 합동수사반을 구성, 병무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그간 두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추상같은 지시에도 결과는 항상 용두사미였다. 만약 정부가 「이번만은…」하고 진상을 밝힐 의지가 있다면 이 지경에 까지 이르도록 한 수사팀의 직무유기부터 문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우리는 앞에서도 의혹만 증폭시킨 수사팀의 문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자정(自淨)조치 없이 수사를 한다면 표적사정 시비에 휘말릴 개연성이 크다. 병무비리는 국기를 흔드는 가증스런 범죄다. 이의 발본색원에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두달 남짓 남겨둔 시점이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미 정치권은 「병풍(兵風)」운운 하며 정략적 접근 움직임마저 있다. 정부의 의지가 오해받지 않으려면 속전속결식 수사는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불능의 공권력 실추현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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