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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여비서가 그려가는 꿈과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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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여비서가 그려가는 꿈과 애환

입력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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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비교한다면 TV 드라마의 영상은 매우 사실적이다. 현실의 색채를 여과없이 투명하게 반영한다. 반면에 그 속에 담기는 내용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황당한 설정과 우연적인 전개, 과장된 감정의 과잉이 플롯을 지배한다. 이런 TV 드라마의 일반적 경향에서 본다면 황인뢰 PD는 매우 특별한 TV 감독이었다. 「연예의 기초」 「여자는 무엇을 사는가」 등에서 현실의 눅눅한 빛깔은 깔끔한 색채 속으로 여과되었고, 감정의 곡선은 세밀한 장치를 통해 절제있는 리듬을 타고 흘러들었다.그 황PD가 영화, 뮤지컬 등의 외도를 끝내고, 드라마로 다시 돌아왔다. 최근 방송사를 떠나 독립프로덕션 「제이엔알」 대표를 맡으면서 첫 작품으로 주간 시추에이션 드라마 「여비서」를 내놓았다. 13일(일요일) KBS2 TV 오후 9시 첫 방송에 앞서 8일 시사회를 가진 「여비서」 첫 회 분은 예의 그 수채화식 영상감각과 절도있는 감정의 포착을 변함없이 보여주었다.

차가운 성격 밑에 강한 열정을 지닌 왕언니 오유경(심혜진), 자존심이 강하며 야망을 가진 도전적인 비서 이지재(김여진),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세련된 외모의 민지희(김민), 이제 갓 사회에 입문한 호기심 많은 햇병아리 이현수(김민주), 덤벙대지만 애교스러운 한준희(신주리) 등 다섯 명의 여비서가 기본 인물. 여기에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특별 출연자들과 함께 직장생활의 애환과 꿈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겠다는 의도다. 비서 출신 신수연씨가 93년 PC통신에 연재한 「비서일기」를 원작으로 했고, 작가가 직접 대본작업에 참여해 실제 비서들의 삶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첫 회 분의 에피소드나 비서들의 기본 설정에서 얼마 만큼의 현장 취재가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중요한 바이어와의 협상과정에서 러시아 통역자가 없어 온갖 해프닝을 겪다가 야심에 찬 여비서 이지재가 등장해 해결한다는 것. 첫 회 분이 인물의 성격소개편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은 도식적이고 관습적이며 황당한 등장 에피소드였다.

직장이란 공간이 드라마란 영역으로 들어올 때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장소이거나 아니면 황당무계한 야망의 공간으로 정형지어지기 십상이다. 그만큼 직장은 TV 드라마로 잡아내기에 너무 현실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드라마가 얼마만큼 설득력있게 여비서의 세계를 그려낼지 모르지만, 현실의 적나라함을 담아내기엔 TV드라마란 그릇은 너무 연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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