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엔약세 단비" 수출·생산 기지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엔약세 단비" 수출·생산 기지개

입력
2000.02.10 00:00
0 0

기업이 살아난다일본 기업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증시 활황으로 평가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우려됐던 엔고에 고삐가 잡혔기 때문이다.

「엔화가 달러당 10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수익이 1,000억엔 준다」는 말처럼 엔고는 수시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러나 「1달러=100엔」벽이 위태롭던 지난해말 야마구치 유타카(山口泰) 일본은행 부총재는 『엔고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익은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일본 기업의 엔고 면역력은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 이후 엔화가 약세로 반전, 8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09.36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기업에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시장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지난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일간의 재할인율 격차는 연 4.75%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미국 금리의 추가 인상설이 나도는 반면 일본 당국은 금리 인상을 꺼리고 있어 금리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일본 대장성은 2000년도 예산안에서 「달러 매입」 시장 개입을 위한 외환자금채권 발행 한도액을 49조엔에서 59조엔으로 늘렸다. 증액분은 1999년 무역흑자 12조3,000억엔을 거의 흡수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런 일본 당국의 확고한 엔고 저지 의지가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헤지펀드들이 이자가 싼 엔화 자금을 대출받아 달러화로 바꾸어 투자하는 과거의 행동 양식으로 되돌아 갈 경우 엔화 약세는 한결 가속될 전망이다.

엔화의 약세는 수출 증가와 이에 따른 생산 회복, 기업의 잔업 시간 증대, 고용 확대 등을 가져 온다. 기업의 생산 증대는 거듭된 대규모 공공투자로도 기대했던 수요 회복에 실패한 일본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생산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8일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99년 PC 생산은 98년보다 31%나 늘어 난 921만5,000대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액도 지난해 5월 2,543억엔을 바닥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10월부터 월 3,000억엔을 넘어섰다.

전체 광공업 생산이 지난해 7월 이래 전년대비 플러스로 돌아 섰고 「산업의 쌀」인 철강의 생산도 지난해 2월 약 700만톤을 바닥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에는 850만톤에 달했다.

기업의 체감 경기도 크게 나아지고 있다. 7일 경제기획청 발표에 따르면 경기 상승을 느끼는 기업 비율에서 경기 하강을 느끼는 기업 비율을 뺀 경기판단지표는 99년 10-12월기 플러스 6으로 나타나 2기 연속으로 늘었다. 특히 올 4-6월기의 예상은 22에 이르러 94년 10-12월기(23) 이래 가장 높다.

되살아 난 기업의 활력이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전후 최악의 불황」 속에서 일본 기업은 지나친 부채와 고용, 설비 등 「3대 과잉」의 해소를 최대 과제로 안았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 특히 DRAM 분야는 과잉 설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한국·대만과의 경쟁에 밀려 1998년에는 5대 반도체 메이커가 나란히 적자를 내면서 잇따라 해외 공장 폐쇄 등 설비 축소를 단행했다.

올들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도시바(東芝)·히타치(日立)·NEC·후지쓰(富士通)·미쓰비시(三菱) 등 반도체메이커들이 앞 다투어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도시바는 올해 미국 선디스크와 합작, 버지니아주에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세운다. 일본메이커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후지쓰와 미쓰비시도 기존 플래시 메모리 설비 증강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히타치가 올해 설비 투자액을 94년 이래 최대인 1,500억엔으로 늘려 잡고 대만과 이바라키(茨城)현에 시스템 LSI 공장을 지으며 NEC도 구마모토(熊本)·쓰루오카(鶴岡)공장 등의 시스템 LSI 생산 설비를 대폭 확충한다.

반도체메이커의 의욕적인 투자 계획은 스스로의 부활을 겨냥한 것이지만 최근 들어 설비 과잉감이 크게 묽어진 전체 산업에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12월기 자본금 1억엔 이상인 일본 제조업체의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8.5% 늘어 났다. 경제기획청은 「올 상반기에는 설비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기관도 기업 수익의 증대가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아래 대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