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도 제대로 안된 어린 병사를 최전선에 배치하는 바람에 노근리사건이 일어났다면 학살책임은 정책을 결정한 군지휘부와 정치인들이 져야만한다』『우리가 피를 뿌려가며 자유를 지켜줬는데 사소한 사건을 가지고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7일 오후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넷 토론방(www.washingtonpost.com/liveonline)에서는 마이클 돕스(50)기자와 40여명의 독자간에 「노근리사건」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은 탐사전문기자인 돕스가 하루전인 일요판 특집란에 「전쟁과 회상」이란 제목아래 노근리사건의 전모를 게재하면서 말미에 관심있는 독자들과 토론하고 싶다고 밝힌데 따라 열린 것. 지난해 AP통신이 노근리사건을 보도하기 훨씬 이전부터 사건을 추적해오다 보도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낙종했던 돕스는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모두 11페이지에 걸쳐 자신의 방대한 취재파일을 펼쳐놓았다.
돕스는 『노근리사건은 개전초기 전투경험이 없는 어린 병사들이 북한인민군에 참패를 거듭하며 퇴각하다 「피난민속에 게릴라가 숨어있다」는 첩보에 당황, 옥석을 구분치 못한 채 일제사격을 가하는 바람에 발생했다』며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네티즌들의 견해는 한국을 도와주러간 미군이 저지른 「실수」를 문제삼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과 자유와 인권을 추구해온 미국정신에 비추어 과정이야 어찌됐든 명백한 잘못이므로 사과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크게 나뉘었다.
불꽃을 튀기던 공방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확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해갔다. 이들은 『미국 역사에 이같은 불명예스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라도 시시비비는 가려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전용사와 일반주부, 고등학생, 재미동포들까지 참가한 이날 토론은 「부끄러운 역사」를 과감히 까발려서라도 전철(前轍)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미국인들의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