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등 정치개혁 관련법안은 우리에게 상반된 두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담합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시대의 흐름과는 동떨어지게 변화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번 법안처리는 정치권이 깨끗하고 능력있고 비전있는 새로운 사람들로 가급적 많이 물갈이 돼야 한다는 당위를 역설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국민의 개혁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새로 개정된 정당법 어느 구석에도 하의상달식 민주적 사고는 녹아 있지 않다. 이런 법체계 하에서는 정당의 오너체제가 아무런 제약없이 지속될 것이 뻔하다. 정당의 민주화는 요원한 것이다. 여야가 개혁입법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인사청문회제는 무늬만 청문회지 핵심은 빠져있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여야는 본격적으로 4·13총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정치권은 국민의 개혁요구를 소홀히 대응한데 대한 보상의 차원에서라도 공천부터 바르게 해야 하며, 또한 진심으로 공명선거의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명선거는 정치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회 각계가 깨끗한 선거, 돈 안드는 선거가 되도록 합심해야 한다. 특히 시민단체는 불복종운동에 나서기 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명선거가 이뤄지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우리의 선거문화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게 함으로써 정치를 한단계 끌어 올린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법의 형평성이 깨어질 경우 그보다 더한 불법이 활개를 쳐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시민단체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선거법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공동여당의 균열상을 국민들은 불안한 심경으로 바라 보고 있다. 국정의 혼돈이 오지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을 1여 1야 1중립의 3각구도로 봐야 할지, 2여 1야로 봐야 할지 그것부터 헷갈리게 생겼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JP가 DJ와 갈라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총선기간에만 공조를 깬다는 주장도 있다. 충청권의 지역정서로 봐서 그럴만한 까닭은 있을 듯 싶다. 그러나 자민련의 캐스팅보트는 또다른 시각에서 착잡함을 갖게 한다. 정치지도자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선거제도의 골간이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전국정당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함께 목청을 돋우던 정당명부제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 바로 이것이 정당 오너체제의 한 단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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