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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증시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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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증시로 되찾는다

입력
200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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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후 최악의 불황』이라는 비명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금융불안은 잦아들었고 공공투자가 줄어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미국 경제에 이어 일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 본다.

도쿄(東京)증시가 달아 오르고 있다.

새해 들어 뉴욕 주가 폭락 여파로 잠시 휘청거렸던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금새 상승세를 되찾아 7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만9,945.43엔에 이르렀다. 거품 경제가 절정을 이루었던 89년말의 3만8,915엔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거품 붕괴 이후 최저가인 98년 10월의 1만2,879.97엔에 비하면 55%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36.8%가 상승, 미국 상승률 25.2%를 앞지른 도쿄증시의 활황은 올 들어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엔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상반기중에 2만2,000엔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일본 국내외 자금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에 근거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이후 도쿄증시의 주가 상승에는 무엇보다 해외자금의 공이 컸다. 일본의 경기 회복 조짐을 미리 읽은 해외 투자가들은 끊임없이 「사자」 주문을 냈다. 99년 미국세를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가들의 매수 초과액은 사상 최고인 9조1,000억엔에 달했다.

내외 금리 격차에 따른 일본 자금의 해외 유출은 여전해 생명보험회사 등 일본 투자가는 주로 유로채 매입에 매달렸다. 역내 각국의 안정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와는 상대적 격차를 느낀 유럽 투자가는 다시 미국 증시로 돈을 옮겼다. 국제 자금이 일본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갔다가 일본으로 되돌아 오는 새로운 흐름이 일본에 「선(善)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증시는 1조1,620억엔의 순유입을 경험했다. 2개월 연속의 유입 초과인 데다 11월에 비해 22%나 늘어난 것이었다. 밖으로 나간 자금이 돌아올 줄을 몰랐던 과거와 전혀 다른 흐름에 전문가조차 놀라고 있다.

지난 1년 간 해외 자금의 활발한 「사자」 주문은 잠자던 일본의 개인 자금을 깨워 증시로 불러냈다. 지난해 일본 개인 투자가들의 증권 거래액은 전체의 29%에 달해 91년 이래 가장 높았다. 금융 불안이 걷히면서 1,300조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이 금고나 장롱속에서 나와 증시로 몰리고 있다.

최근 설립붐을 맞은 투자신탁에 자금이 밀려 들어 「미국 장세」로부터 독립된 「도쿄 장세」를 받치고 있다. 은행금리가 사실상 0%인 상황에서 위험 부담을 무릅쓴 이같은 개인 자금의 이동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했던 우편저축의 만기 해약이 시작돼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증시 활황은 경기의 자율 회복 전망을 밝게 했다. 평가익이 늘어난 데다 자금 조달도 쉬워져 기업의 투자 심리가 깨어났다. 움직이면 가치를 낳는 돈의 속성상 개인의 소비 심리도 자극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제로금리 당분간 계속

지난주 미국과 유럽은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조치가 과열 기미를 보이는 경기의 연착륙을 겨냥한 것이라면, 유럽의 금리 인상은 유로화의 약세를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은 일본에서도 금리 인상론을 자극했다. 95년 9월 이래 0.5%의 재할인율을 유지해 왔고 특히 『단기금리 유도목표를 기한없이 0%에 가깝게 한다』는 「제로 금리」 선언이 12일로 1년을 맞는다. 내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일본의 「제로 금리」 유지 자세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일본은행은 지난해말 컴퓨터 2000년 문제(Y2K) 대비책으로 대량의 엔화 자금을 방출한 이래 회수에 뜸을 들여 『본격적인 조정 인플레정책이 시작됐다』는 관측까지 낳았다. 1조엔 정도로 조정해 온 잉여 자금이 올들어 한때 13조엔을 넘었고 현재도 5~6조엔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정책회의 이래 일본은행에서는 「제로 금리」 수정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잇따랐다. 「디플레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를 지속해서는 안되며 막상 인플레가 시작된 후의 금리 인상은 때늦는다는 경험칙에 바탕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파묻혔다. 또한 자금유출보다는 지나친 엔고 압력이 더욱 두려운 상황에서의 내외 금리 격차 확대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따라서 「민간 수요 회복이 지표로 분명하게 확인될 때까지는 제로 금리를 지속한다」는 합의는 상반기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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