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년여간의 지루한 논란끝에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등 정치개혁법안을 일괄 통과시켰으나 국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쳐 여론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정치권은 선거법 개악을 시도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서도 외부의 힘에 의한 정치권 구조조정을 마지 못해 수용하는 등 자기개혁의 능력을 상실한 무기력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또 정치개혁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고비용 정치구조와 지역정치 구도 타파라는 대의 명분은 협상과정에서 여야의 당리당략에 휩쓸려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됐다. 목소리만 컷지 성과는 없었던 셈이다.
선거법의 경우 민주당은 당초 중선거구제와 1인2표식 권역별 정당명부제 등 지역정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했으나 결국 중선거구제 포기-권역별 정당명부제 포기- 석패율제 포기-1인2표제 부결 등의 수순을 밟으며 차례로 무산됐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대가 1차 원인이지만 여당측도 충분한 개혁역량과 치밀한 추진계획도 없이 의욕만 앞세우는등 개혁주도세력 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민주당은 1인1표제, 한나라당은 선거구 인구상 하한선 9만~35만명 방안에 대해 각각 위헌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여야는 스스로 주장하는 위헌소지조차 해소하지 못해 법 통과후 민주노동당등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성과도 적지않다. 우선 민간인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를 구성, 현행 의원정수 299명을 26명 줄인 것은 특기할 만 하다.
의원정수의 지나친 감소가 행정부 감시등 국회의 기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비판론도 있지만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또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사실상 허용된 점도 시민·참여민주주의 확대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하지만 정당법등에서 정당민주화를 위한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군소정당 원내진입을 용이하게하기 위한 봉쇄조항 완화조치등이 기득권 유지를 노린 여야의 담합으로 무산된 점등은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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