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정치참여 욕구가 크게 분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공천신청으로 뜻을 드러낸 출마희망자만 여야 합쳐 30여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여성 출마희망자들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지분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시대가 아니라, 알을 많이 낳는 시대』라고 시대상의 변화를 주장한다.마침 세계 정치판에서도 여성의 승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6일 실시된 선거에서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오사카에서는 일본 최초로 여성후보 오타 후사에(太田房江)가 지사로 당선됐다. 같은 날 클린턴 미대통령 부인 힐러리여사도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여성의 정치참여가 이날 국제적으로 만개한 느낌을 주었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당선으로 전세계 여성 국가원수나 정부수반은 8명에 이르게 됐다.
예견되던 일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 정치계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남녀 성비(性比)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새 시대, 새 문명의 발전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 세기 교육의 보편화로 여성의 사회의식이 높아져 왔고 사회진출 또한 큰 진전을 보였다. 사회학자들은 다시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각부문에서 여성의 역할이 놀라울 정도로 증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성이 지금까지 정치에서 소외된 것은 문화적 소산이거나 사회적 책임이지만, 여성 스스로에게도 어느 부분 책임은 있다. 현실참여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부족했거나, 안이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펴 온 점이 지적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정치라는 토양은 아직 너무 척박한 것이 우리 형편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낙천·낙선운동 등 의외의 변수들이 돌출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분명히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의 구조적 폐습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의 거센 바람 속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섞여 있다. 여야가 그들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성 출마희망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치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에게도 여성의 목소리는 경직된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고 희망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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