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다른 모든 것이 끝났다』(타이거 우즈). 『운명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하필 그가 이날 최상의 컨디션을 보일 줄이야』(매트 고걸).4라운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장갑을 완전히 벗을 때까지 가슴을 졸인 한판이었고, 「무서운 신예」 매트 고걸은 눈앞까지 다가온 생애 최고의 순간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을 운명의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두고두고 아쉬운 하루였다.
3라운드까지 성적은 올시즌 PGA투어에 데뷔한 고걸이 12언더파로 마크 브룩스와 공동 1위. 우즈는 5타 뒤진 7언더파로 공동 8위. 누가 봐도 우즈의 막판 역전은 불가능했다. 우즈가 5타 이상을 줄인다 해도 상승세의 고걸이 가만히 이븐파로 손놓고 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결국 우즈는 신들린 8언더파, 고걸은 믿겨지지 않는 1언더파를 쳐 불가능은 현실이 됐다.
역시 우즈였다. 특히 15번홀(파4·397야드)의 플레이는 이번 대회의 압권이었다. 우즈는 경기후 이 홀에 들어서면서 『마지막 4개홀을 줄버디로 끝내지 못하면 우승을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자문자답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후반들어 살아난 신들린 샷은 머릿속의 그림을 현실로 만들었다. 드라이버샷이 300야드지점의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그는 가능성을 암시라도 하듯 카메라를 향해 돌아섰다. 나머지 97야드. 웨지샷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거침없이 컵에 빨려 들어갔다. 믿기지 않는 이글. 상승세의 우즈는 16번홀에서도 정교한 세컨샷을 구사, 연속 이글을 기록하는 듯 했으나 볼이 두번째 바운드한 뒤 핀의 60㎝ 앞에서 멈춰서는 바람에 버디로 만족해야 했다.
한홀 뒤에서 계속 우즈의 선전소식을 듣던 고걸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신인의 티를 한 순간에 벗어낼 수는 없는 일이기때문이다. 고걸은 경기후 『놀랍다』를 연발하며 『이보다 더 놀랄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세번째 6연승의 위업
타이거 우즈 "이젠 11연승에 도전"
「이제는 11연승에 도전한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막판 뒤집기. 타이거 우즈(24)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사상 52년만에 나온 세번째 6연승의 위업을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극적인 역전승으로 달성했다.
세계 톱랭커 우즈는 8일 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링크스코스(파 72)에서 벌어진 AT&T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대회(총상금 40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새해 들어 또 정상에 올랐다. 우즈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 6개에 이글 1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로써 지난 시즌 후반부터 연승행진을 시작한 우즈는 바이런 넬슨과 벤 호건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6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최다연승기록(11연승) 경신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넬슨은 1945년에 11연승, 호건은 1948년에 6연승을 각각 기록했다.
우즈는 또 1997년 하반기 프로에 데뷔한 이래 PGA투어 통산 17승(메이저대회 2승)을 기록, 현역선수로는 벤 크렌쇼(19승) 그렉 노먼(18승)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우승기록을 가진 선수가 됐다.
전날 우즈에 5타 앞섰고 이날 4라운드 전반 9홀까지는 오히려 간격을 넓혀 7타차까지 달아나며 선두를 유지했던 신예 매트 고걸(28)은 그러나 후반 9홀에서 우즈의 맹추격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듯 보기 4개를 범하는 바람에 결국 1언더파 71타,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주저앉아 공동 2위가 됐다.
대역전극의 전조는 12번홀에서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올해 PGA투어에 처음 나선 고걸은 긴장감을 누그러트리지 못한 듯 11, 12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했다. 반면 우즈는 12번홀서 버디, 4타차로 좁혀 고걸을 사정권으로 끌어넣었다.
역전 드라마의 분수령이 된 파4의 15번홀. 우즈는 97야드짜리 웨지샷을 그대로 홀컵에 집어넣어 이글을 잡았다. 뒷조로 따라오던 고걸은 우즈의 이글소식에 위축된 듯 같은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사기가 충천한 우즈는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공동선두.
우즈는 17번홀(파3)을 파세이브한데 이어 18번홀(파5)을 버디로 마무리, 1타 앞선 채 고걸의 마지막 홀 결과를 기다렸다. 고걸은 이미 기가 죽은 듯 18번홀에서 연장에 들어갈 수 있는 3㎙짜리 버디퍼팅을 실패했고 90㎝짜리 파퍼팅마저 놓쳐 비제이 싱과 공동 준우승에 그쳤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우즈, 상금랭킹 1위 눈앞
2000/02/08(화) 19:00
타이거 우즈(24)는 이번 우승으로 프로 데뷔 3년여만에 통산 상금랭킹 1위를 눈앞에 두게 됐다.
우즈가 AT&T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72만달러. 메르세데스챔피언십까지 1,183만7,128달러를 벌어들였던 우즈는 이로써 PGA투어에서 통산 1,255만7,128달러를 획득, 그레그 노먼(호주)을 제치고 통산 상금랭킹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상금랭킹 수위는 이 대회에서 공동 20위를 차지, 4만350달러를 보탠 프로 12년차 데이비스 러브3세로 통산 1,258만8,647달러를 벌어들였다.
러브3세와의 차이는 3만1,519달러에 불과해 무서운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우즈가 이번 주말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상금랭킹 수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보다 대회 상금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커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즈가 프로데뷔 3년여만에 통산 상금랭킹 정상을 넘보게 됐다는 점은 프로골프사의 일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우즈와 라운딩을" 인터넷서 경매
5월 플로리다서… 5,000달러부터 경매 시작
타이거 우즈와 골프를 칠 수 있는 시간이 인터넷을 통해 경매에 부쳐진다.
7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얼티미트비드닷컴(Ultimatebid.com)」이라는 미국의 한 인터넷기업은 우즈를 비롯, 미프로풋볼 선수 조 몬태나, 스케이트선수 타라 리핀 등 유명 스포츠스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경매에 부치기 시작했다.
우즈의 경우 5월 플로리다에서 4시간짜리 골프경기를 갖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는데 5,000달러부터 경매가 시작, 최소한 35만달러는 적어내야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얼티미트비드측은 이외에도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의 춘계훈련장 방문, 하키스타 브레트 헐과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올해에만 200차례 이상의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애슬릿 디렉트」의 경우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와의 만남은 회사측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7,350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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