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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광풍뒷켠 쇠고랑찬 '졸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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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광풍뒷켠 쇠고랑찬 '졸부의 꿈'

입력
200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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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지 않고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9일 오전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반. 억대의 고객 예금을 빼돌려 주식투자를 하다 날린 수협 모지점 출납담당직원 최모(29)씨가 허황된 꿈에 눈 멀었던 자신의 가슴을 치며 회한의 눈물을 떨구었다.

구속 후에도 동료직원들이 『딴 사람이면 몰라도…』라며 고개를 저을 만큼 최씨는 지극히 평범하고 성실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코스닥 광풍(狂風)」이 건실한 청년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으로 전락시키기까지는 단 며칠도 필요하지 않았다.

최씨가 처음 두려운 심정으로 주식에 손댄 것은 지난해 12월14일.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통장에서 500만원을 꺼내 주식을 샀습니다. 하지만 코스닥 정보통신주를 사들인 동료직원이 며칠만에 500만원을 3,000여만원으로 불리는 것을 보고 그만 눈이 뒤집혔어요』

코스닥종목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투기」에 돌입한 최씨는 어머니와 여자친구에게 손을 벌렸고, 급기야는 고객 예금에까지 눈을 돌렸다. 자신이 장부를 관리하는 터라 돈을 벌어 메우면 아무도 모르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엔 투자수익으로 빼돌린 돈을 채워넣고도 남았어요. 나날이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주식투자 시작 4일만인 지난해 12월18일 고객예금 1,000만원을 처음 빼내 가로챈 최씨가 40여일동안 20여차례에 걸쳐 빼돌린 고객돈은 모두 1억8,000여만원. 그러나 몰락은 너무 빨리 시작됐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일시에 빠지면서 최씨의 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모자라는 고객 돈 6,000만원을 도저히 마련할 길이 없었던 최씨는 결국 1일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4,000여만원을 훔치다 덜미를 잡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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