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된 아들이 아직 엄마라는 말도 못해 걱정입니다. 혹시 무슨 병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요』. 자녀가 감기 등에 걸려 소아과를 찾은 엄마들에게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처음 말을 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언어는 발달 단계를 거치면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언어발달의 정도를 선을 긋듯이 정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 변화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언어지체가 있다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주변의 아이들은 다 말을 시작하는데도 생후 18개월까지 말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3세가 되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두 돌 무렵이면 『엄마 무(엄마 물주세요)』와 같은 짧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2세까지 간단한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고 모두 언어지체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2세 때 『엄마』, 『아빠』 밖에 못하던 아이가 6개월 내지 1년 후엔 거의 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언어발달이 좀 늦어서 3세 무렵에 갑자기 봇물 터지듯 말을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2년6개월 내지 3년이 되도록 두 단어를 결합해 의미있는 문장을 만들지 못할 때는 아이의 언어 습득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아이의 언어 발달과 관련,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느 정도 말을 해야 할 나이인데도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둘째, 나이에 비해 언어의 내용이 부적절한 아이. 셋째, 어느 정도 말을 하긴 하지만 일시적 또는 영구히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버리는 아이 등이다.
언어지체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어 지체가 지속되면 학습 및 행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는 가능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3년 전에 이뤄져야 한다. 획일적인 치료 보다는 언어치료사를 통해 개인에 맞는 치료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언어 지체를 초래하는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정신 지체 언어 지체의 가장 흔한 원인. 정신 지체가 있는 아이는 주의집중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 편이다. 옹알거림은 정상아처럼 생후 6~8개월에 시작할 수도 있다. 정신 지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엔 다소 늦을 수는 있으나 결국은 말을 하게 된다.
청력 장애 드문 경우지만 난청과 같은 가벼운 청력 손상도 말과 언어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아이는 시각에 의해 얻는 정보량이 많고 감촉에 대한 반응이 좋아 청력 장애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청력 장애 여부는 소리 자극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으므로 난청이 의심되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발달성 언어 장애 소리에 대해 반응은 하지만 나이에 맞는 언어 구사 능력이 결핍된 경우를 말한다. 증상은 언어의 발달이 느리고 어휘와 문장 구성이 미숙하다. 말을 빨리 하지 못하고 주의력 결핍이 있는 경우도 많다.
말의 중단 간질 발작으로 말이 중단될 수도 있고 볼거리를 앓은 후, 청각에 영향을 주는 약물 복용 후 말이 중단되기도 한다.
자폐증 전혀 말을 못하거나 괴성을 지르며, 언어 이전 단계인 옹알거림, 모방 행위도 보이지 않는다. 말을 시작해도 무의미하게 되풀이한다. 한두 마디 하다가 잊어버리는 듯하고, 말을 시키면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발음과 음의 고저도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다.
/은백린·고대안산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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