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처음으로 말러의 음악을 녹음했다.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리톤 보 스코부스와 함께 연주한 「대지의 노래」가 소니 클래시컬(02-3488-2845)에서 나왔다.말러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이 곡은 「테너와 알토(또는 바리톤),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이지만, 실제로는 6개의 연작 가곡이다. 짝수 곡은 테너, 홀수 곡은 알토(바리톤)가 부르게 돼 있는데, 대부분 여성인 알토가 노래하는 것을 이 음반은 드물게도 남성인 바리톤이 맡고 있다.
이 곡은 죽음, 운명, 이별을 노래한다. 대지는 영원하건만 인생은 덧없다고 탄식하고, 청춘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끝으로 영원한 휴식을 찾아이별을 고한다. 말러에게 겹친 불행이 이 곡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작곡 당시 그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데 이어 반 유대주의 때문에 빈 오페라극장 예술감독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불치의 심장병에 걸린 것을 알았다.
도밍고는 이 곡이 말러의 어느 성악곡보다 오페라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기서 그의 노래는 영웅적인 오페라 주인공의 아리아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 화려함이 약간 들뜬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면 스코부스는 부드러운 힘과 섬세함으로 노래를 다듬어 가곡다운 내밀함을 보여줌으로써 도밍고의 음색과 멋진 대비를 이루며 곡 전체의 균형을 살리고 있다. 스코부스는 한국에는 낯선 이름이지만, 오페라와 가곡으로 인정받는 덴마크 태생의 젊은 바리톤이다. 오케스트라의 몫을 정확히 아는 지휘자 살로넨은 치밀하고 명확한 해석으로 음악을 더욱 빛내고 있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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