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3총선에서 「386세대」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맞물려 여야 각 당에서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를 위해 386들을 대거 전진 배치시킬 움직임이어서 이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총선의 실질적 변수가 되고 있다. 현재 여야 3당이 공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386그룹 인재 풀은 민주당이 15-20명, 한나라당이 10명 안팎, 자민련이 5명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386 그룹의 실전배치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여야의 선거전략은 상대당의 중진이나 「요주의 인물」을 386세대의 참신성과 저돌성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허인회(許仁會)전고대총학생회장을 서울 동대문을에서 한나라당 중진인 김영구(金榮龜)의원과 맞붙이려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민주당의 노림수는 공천 신청 직전까지 현직이었던 김성호(金成鎬)전한겨레신문기자를 영입, 한나라당 김중위(金重緯)의원 지역인 서울 강동을에 투입키로 한 데서도 잘 확인된다.
김한길 전청와대정책기획수석과의 공천경쟁이 변수이나 임종석(任鍾晳)전전대협의장이 서울 성동에서 나올 경우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저격수」 역할을 하게 된다. 고향인 전북 군산을 고집하는 함운경(咸雲炅)전서울대삼민투위원장을 굳이 서울 동작갑으로 끌어 올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의원과 대결시키려는 것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민주당측의 복안이다. 인천 계양의 민주당 주자인 송영길(宋永吉)전연대총학생회장은 공천관문을 통과할 경우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의원을 상대로 재선 패배의 설욕전을 펼치게 된다.
한나라당 386들도 민주당의 현역 중진의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총무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던 고진화(高眞和)전성균관대총학생회장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말을 바꿔 탄 김명섭(金明燮)의원을 「잡겠다며」 서울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영입된 서울대 운동권 출신 원희룡(元喜龍)변호사는 민주당 박범진(朴範珍)의원 지역인 서울 양천갑을 노리고 있다.
양천갑에는 역시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면서 이미 국회에 진출한 전국구 김영선(金映宣)의원도 기성 정치인에 대비되는 386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며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의원 지역인 서울 성북갑의 경우 이호윤(李鎬允)전서울대총학생회장과 정태근(鄭泰根)전연세대총학생회장 등 386끼리 벌이는 당내 경쟁도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김영배(金令培)상임고문이 버티고 있는 서울 양천을엔 오경훈(吳慶勳)전서울대총학생회장의 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를 표방하는 당의 색깔때문인지 다른 두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이기는 하지만 자민련도 비운동권 30대인 권승욱(權承郁)벤처사업가를 내세워 서울 동대문을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여야가 386세대에게 주로 상대당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386세대끼리의 대결은 흔치 않다. 다만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주당 허인회씨와 자민련 권승욱씨가 공천을 받을 경우 한나라당 김영구의원뿐만 아니라 386끼리도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민주당의 우상호(禹相虎)전연세대총학생회장이 거목인 김상현(金相賢)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낼 경우 역시 386세대에 속하는 한나라당의 이성헌(李性憲)전연세대총학생회장과 대결을 벌이게된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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