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첫방송을 시작한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KBS 간판 장수프로그램 KBS2 「TV는 사랑을 싣고」. 그동안 진한 재회의 감동을 던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프로가 이제는 비슷비슷한 내용과 변할 줄 모르는 포맷의 식상함으로 인해 박제화된 감정의 소비만 재생산하고 있는 꼴이 되버렸다.어려울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 마음 설레던 첫사랑의 인물 등과의 만남이 당사자들에겐 설렘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6여년동안 줄기차게 반복되는 이런 내용이 이제는 싱겁게 다가온다. 더구나 최근 들어, 나올 사람은 다 나왔는지 풋내기 연예인들이 자주 나와서는 첫사랑이라며 만나는 모습은 재회의 감동이라기보다 차라리 사치스런 감정의 소비란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재회의 감정을 담는 형식이 6년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찾는 이와의 사연을 담은 재연장면을 보여준 후, 리포터가 좇아가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무대로 불러들여 몇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면 끝난다. 변함이 없다. 재회의 감동을 전하는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4일 설날특집으로 꾸며진 방송분에서도 무슨 내용이 특집이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인들 위주로 초대손님을 짜다가 오랜만에 송대관, 김부자라는 중년 게스트를 초대한 것이 특집의 전부였다. 초대손님이 직접 현장을 찾아간다든지, 아니면 무대 만남 이후의 장면을 보여주다든지 좀 더 색다른 시도도 가능했을텐데 6여년동안 지속된 포맷에 일체의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제작진의 매너리즘이거나, 아니면 무성의함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송대관이 미국생활에서 도움을 준 선배 형님과의 만남에서 울린 눈물이 뭉클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이 프로그램 형식의 식상함이 감정의 울림마저 도식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 TV 프로그램의 포맷을 모방해 성공을 거둔 것에 이제는 자족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차라리 이산가족의 만남이나 다시 방송하라는 한 시청자의 지적에 귀기울여 볼 때다.
같은 장수프로그램 대열에 서 있는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청춘 남녀의 만남이란 내용을 가지고 다양한 포맷 개발로 꾸준히 싱싱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