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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공중납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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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공중납치극

입력
2000.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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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아리아나 항공 보잉 727기 납치사건은 사건 이틀째인 7일 오전 현재(현지시간)까지도 승객과 납치범의 정확한 숫자나 납치동기 등 기본사항들 마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서유럽까지 불똥이 튀었다.피랍기는 당초 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40분 비행거리에 있는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이륙후 14분만에 관제탑과 교신이 끊어져 탈레반 공군과 적십자사 비행기가 수색에 나섰었다.

피랍기는 실종 3시간만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에 기착, 연료를 공급받고 이륙해 카자흐스탄 북부 악티우빈스크 공항에 착륙했다.

피랍기는 이어 같은날 오후 9시20분께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치보-1 공항에 착륙했다가 다시 영국으로 출발, 7일 새벽 2시 런던 북부 스탠스테드 공항에 착륙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4개국을 도는 「떠돌이 공중납치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납치범들은 타슈켄트에서 10명, 카자흐스탄서 3명, 모스크바에서 10명등 지금까지 모두 23명을 풀어주었다. 정확한 탑승자 수는 파악되지 않은 채 현재 적어도 14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납치범의 숫자도 둘쭉 날쭉이어서 카자흐스탄 당국은 20여명이라고 밝힌데 반해 풀려난 인질들은 8~10명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최소 1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납치범들은 모두 권총과 수류탄,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납치범 중에는 96년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 아프간 칸다하르 주지사를 지냈던 인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동기 역시 불분명한 상태. 납치범들은 음식과 재급유, 항공기 화장실 청소, 서유럽 항공지도 등을 달라는 것을 제외하고 어떠한 정치적인 요구도 하지 않고 있다.

납치범들은 다만 두번째 기착지인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후 아프간의 탈레반이 억류하고 있는 아스마일 칸 전 아프간 헤라트주(州) 주지사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 전 주지사는 탈레반에 의해 축출된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의 자미아트-아이-이슬라미(회교협의회) 소속으로 97년 탈레반에 체포된 인물. 납치범들은 일단 반(反)탈레반 세력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압둘라」로 알려진 반 탈레반측 대변인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면서『우리는 어떠한 테러행위도 규탄한다』고 밝혔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아프간은 어떤나라…

파키스탄과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20여년간 반군 파벌끼리의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

79년 좌익정권 붕괴와 뒤 이은 소련군 침공, 이에 대한 반군조직들의 저항으로 시작된 아프간 내전은 89년 소련군 철수와 92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7개 반군 파벌끼리 주도권 쟁탈전으로 포성이 멎지 않았었다.

그러나 96년 9월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탈레반」세력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데 이어 1년만에 전 국토의 90% 이상을 장악, 실질적인 집권세력이 됐다.

탈레반이란 「구도자」「학생」등을 의미하는 말로, 회교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주축이 된 과격 이슬람 학생운동세력에서 출발했다. 94년 10월 최고 지도자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파키스탄 접경 칸다하르주에서 이를 결성,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7월부터는 마지막 남은 「북부동맹」에 대한 공세를 재개, 완전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은 98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등 그를 비호함으로써 미국등 서방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때문에 지난해 11월부터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시작돼, 국영 아리아나 항공의 해외 취항과 외국인의 대 아프가니스탄 투자가 금지되고 탈레반의 해외 금융계좌도 모두 동결되는등 궁지에 몰렸다. 이에 탈레반 정권은 지난달 회교 과격주의자들에 의한 인도여객기 피랍사건이 터지자 이를 맹렬 비난하며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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