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가 한복 입고 나온 프로그램은 「특집」, 그동안 방송했던 것의 부분을 모아 편집하면 「베스트」, 재탕 삼탕 방영한 영화는 「스페셜」 . KBS MBC SBS 등 각 방송사들이 설날 연휴를 맞아 이런 제목으로 시청자를 철저히 우롱했다.「특집」 이라고 명명된 프로그램을 한번 보자. SBS의 「설특집,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설특집,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 KBS의 「설특집, TV는 사랑을 싣고」 「설특집,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MBC의 「설특집, 메디컬쇼 인체는 놀라워」 등은 그동안 방송했던 포맷과 내용이 전혀 차이가 없다. 유일한 차이라면 진행자가 한복을 입고 나왔다는 점 뿐이다.
이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동안 방송된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재방송한 것들을 「앙코르」 「베스트」 라고 명명해 방송한 프로그램들이다. MBC 「앙코르 설날 특집 섹션TV 연예통신」, KBS 「설날 특집 서세원쇼_토크박스 다시보기」 등이 대표적 경우. 짜깁기의 무성의한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내보낸 방송은 SBS다. 「이홍렬쇼 베스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베스트」 「순풍산부인과 스페셜」 「김혜수 플러스유 베스트」 「결혼할까요? 베스트」 등은 SBS가 새해 특집 때 사용한 형식을 설날 특집으로 활용한 것으로 기존 방송분을 다시 한번 보는 것에 불과했다. 설날 특집할 의사가 없다고 인정하는 편이 차라리 시청자에게 정직한 태도다. 굳이 「베스트」 라고까지 견강부회하는 것은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작진이 더 잘 알 것이다.
추석, 설, 새해 등 특집 방송때 마다 제기되는 문제가 재탕 삼탕해 방영하는 영화다. 올 설 연휴에도 이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심화했다. 각 방송사가 방영한 「편지」(KBS) 「긴급명령」(MBC) 「돈을 갖고 튀어라」(SBS)를 비롯한 대부분 설 특집 영화중 1~2회 방영된 적이 있고 심지어 3회 이상 내보낸 것이 상당수다.
매해마다 반복되는 설특집 소재도 문제다. 10~20년 전 설특집으로 등장한 것이 21세기가 시작된 올해에도 어김없이 방송됐다. 서커스 마술 팔씨름 등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같은 구태의연한 프로그램 방송에 짜증을 내고 있다.
그나마 성의있게 만든 프로그램을 아침이나 심야 시간대에 편성한 점도 이번 설특집에서 지적받아야 할 문제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각도로 취재해 만든 MBC 「음식대전」은 연휴 첫날인 4일 오전 10시부터 방송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었다. 또한 우리의 과거와 부녀간의 진정한 사랑을 밀도있게 그린 SBS 특집 드라마 「백정의 딸」도 밤 9시 50분부터 11시 50분까지 방송됐다. 이 드라마가 나간 후 PC통신을 통해 한시간 정도 앞당겨 방송을 해주었으면 하는 시청자의 의견이 많았다.
방송사들은 앞으로 특집다운 프로그램이 아닐 때는 「특집」 「베스트」 「스페셜」 등 단어를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시청자들은 더이상 우롱당하고 싶지 않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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