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태어났지만 25년을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 조선어학과 공부를 포함해 남북한과 관계한 세월을 셈하면 모두 45년. 전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마치다 마쯔구(町田貢·65·사진)씨. 대학 졸업하던 1958년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에 들어가 65년 부산 일본 총영사관 부영사, 82년 주한 일본 대사관 참사관, 90년 제주사무소장, 93년 부산 총영사관 총영사를 거친 그는 어떤 일본인보다 한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한국 문화나 사회 문제야 오랜 세월로 몸에 익었을 테고, 정치는 주한 일본 대사관·영사관에서 맡은 일의 상당 부분이 이런 분야여서 또 누구보다 해박하다. 인연이란 것이 정말 있기나 한 건지 외무성에 들어간 풋내기 외무공무원인 마치다씨에게 처음 맡겨진 비중있는 일이 당시 한일 협상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일본 대사관에서 바라 본 한국」은 그가 외교관으로 맺은 기나 긴 한국과의 인연을 98년 정리해 지난해 일본 문예춘추사에서 낸 책을 번역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정치며 경제며 문화의 모습을, 또 그가 만났던 사람을 중심으로 한국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적으로 쓴 이 책은 40년 「생활일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한국말을 잘 해 명동 술집에서 재일동포로 오해받으며 욕 먹은 이야기, 목포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될 뻔한 경험 등 자신의 체험에는 1960년대, 70년대 한국의 사회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선우휘, 송건호씨 등 소신이 분명했던 언론인들, 소다 가이치, 다우치 치즈코, 이방자 여사 등 한국인들로부터 존졍과 사랑을 받았던 일본인들의 인생 역정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책의 후반은 반일 감정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와 한국의 국제화 및 통일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 김대중 납치 사건, 박대통령 저격 사건 등 한일 외교사에 큰 갈등을 일으켰던 사건의 뒷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그의 글에는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정부가 대폭으로 규제를 완화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관행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이 국제화하는 데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남북통일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데는 일본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 그는 그런 역할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범수기자
일본 대사관에서 바라 본 한국
마치다 미쯔구 지음, 조석현 옮김
창해 발행,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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