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숙정」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불친절 공무원 퇴출 선언을 의례적인 엄포로 여겼던 공직사회가 최근 실제로 인사조치가 속속 이뤄지자 아연 긴장하고 있다.전남도청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0일 20여년 공무원생활을 사실상 마감했다. 「전화불친절도」 하위 10위권에 2번이상 포함되면 인사조치한다는 말이 현실화한 것이다. 전남도청은 민원전화를 불친절하게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도 7명을 대기발령했다. 대기발령자는 임원감축의 1순위에 해당되므로 사실상 「퇴출」대상이 된 것이다.
이밖에 수도권의 여러 시·군에서도 최근 불성실하게 민원인을 대하거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은 공무원들이 다수 전보조치되거나 인사고과에 낙제점을 받아 공직생활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같은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은 요식에 불과했던 불친절 징계를 서둘러 구체화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충북도청은 불친절·불유쾌하다는 시민의 항의가 들어오면 1차 주의를 주고, 공무원교육원 친절봉사교육과정 연수를 거쳐 인사조치키로 했다. 서울 영등포구는 「고객만족 AS제도」를, 송파구는 「리콜서비스」제도를 도입해 민원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담당공무원의 업무파악도나 인사성, 업무처리의 성의 등을 되물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고 있고, 경남도청은 민원불만 전용전화 「로즈폰」(rose phone)을 개설했다.
특히 인터넷 신고센터는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설치·운영할 정도.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는 『공무원 조직에 「백신」을 놓겠다는 것』이라며 『처음엔 아프고 열도 나겠지만 한번 당하고 나면 다시는 불친절 병에 걸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각 경찰서들도 「전화응대 친절도 채점표」를 인사에 직접 반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공무원들의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 행정자치부 인터넷게시판에는 『전화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는다』 『민원인도 친절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볼멘 소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한 공무원은 『집에서도 전화벨만 울리면 긴장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임승호(林承好)간사는 『체감친절도는 많이 올랐지만 전화친절하게 받기 등은 겉모습만 바꾼 생색내기용 「수박 겉핥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를 펴내 공무원사회를 자아비판했던 행자부 허명환(許明煥)서기관은 『행정간소화가 실질적인 대민서비스』라며 『전화를 아무리 친절하게 받아도 요구서류가 산더미만큼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공무원사회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병섭(金秉燮)교수도 『공무원 수나 조직을 축소하는 외형적 개혁은 많이 이뤄졌지만, 행정의 효율화와 대국민서비스 제고라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은 아직도 멀었다』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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