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처리가 7일 벼랑끝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채 표결 분위기로 흘러가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당초 선거법 협상에서 표결카드를 먼저 뽑은 것은 한나라당. 민주당 압박용 카드로 내밀었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선거법처리를 위한 여야협상이 숨가쁘게 이어지던 지난달 31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불협화로 여당공조가 위기를 맞아 표결을 주저하자 발빠르게 두개의 선거법 수정안을 제출한뒤 표결카드를 내밀어 여당을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설연휴가 끝난후 민주당과 자민련의 협조관계가 다시 복원조짐을 보이자 이제 한나라당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이뤄지는 가운데 표결에 참가할 경우 「백전백패」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표결처리를 이미 공개적으로 거론했던 당지도부로서는 말을 바꿀 수도 없는 입장. 이부영(李富榮)총무도 이날 『표결처리 반대 의견이 당안팎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표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법 처리를 더이상 미룰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표결이 무기명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여당내 반란표로 인해 뜻밖의 승리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설사 표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번복한 책임을 온통 한나라당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길게 보지 못한채 너무 성급히 내민 표결카드가 이래저래 한나라당에 부메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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