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이 가능할까? 깨어진 계란이 다시 붙으며, 별들이 다시 성간물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최신호에서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다는 로렌스 슐만(미 클락슨대학)교수의 주장을 실었다. 슐만은 지난해 말 컴퓨터 모델 실험을 통해 우리 우주 안에서 시간이 앞으로 가는 지역과 거꾸로 가는 지역이 공존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물리학에서 두 개의 물질 입자는 반대의 상호작용도 쉽게 일어난다. 즉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든 상관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2개가 아니라 수많은 입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질서정연한 상태는 무질서한 상태로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열역학적 비가역성(非可逆性)이라고 부른다. 물리학 용어를 빌리면 『엔트로피(무질서의 정도)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슐만교수는 「반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한조건이 초기조건이냐, 미래조건이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즉 방 한 구석에 1평방미터 안에 공기가 모여있다고 치자. 5분 뒤면 공기는 온 방에 골고루 퍼진다. 5분 뒤 상황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 계(界)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찾아간다. 그러나 5분 뒤 공기분자가 한 구석에 있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있고, 실제로 이렇게 움직이는 우주가 있다면, 우리가 보기엔 명백히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슐만은 기체분자의 행동을 본 딴 컴퓨터 모델실험을 통해 이 견해를 반박했다. 그는 초기제한이 있는 「정상」 모델과 미래제한(기체입자들이 방 구석에 모이도록)을 설정한 모델을 만들어 두 계를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놀랍게도 두 계는 모두 「강건히」 살아 남았다. 계산상의 오류가 없다는 검증도 받아냈다. 그러나 많은 물리학자들은 『슐만의 모델은 실제와는 다르다』고 여긴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계가 실재한다 해도 정상적 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쉽게 파멸하리라는 것이다.
정말 시간이 역행하는 지역이 있을까? 슐만은 시간이 정상으로 흐르는 지역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역행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우주가 확장하느냐 수축하느냐는 점이다. 우리 우주는 130억년 전 대폭발에 의해 탄생했다고 추정되는데, 1958년 코넬대학의 토마스 골드교수는 우주가 대폭발과 반대로 수축하는 동안 시간이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즉 계란이 깨지고 다시 붙는 현상들은 별들이 멀어지느냐 가까와지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슐만은 또 다른 증거로 암흑물질을 예를 든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관측되지 않는 암흑물질은 우리 우주의 물질과 미래에서 온 역행물질이 충돌한 결과 생겨난 평형상태(시간의 방향을 갖지 않는)의 물질이라는 게 슐만의 가정이다. 암흑물질 외에도 우리 우주는 형성과정과 구조에 대해 아직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게 많다. 슐만과 같은 과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을 정의한다. 『우리 우주가 갖고 있는 미래의 기억 때문이다』고.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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