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 방문 일정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를 순방중인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내정치를 겨냥한 「원거리 타격」정략(政略)이 돌풍을 더하고 있다.와히드 대통령은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쿠데타설의 진원으로 사퇴 압력에 맞서고 있는 위란토 안보정치 조정장관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민들에게 행한 이날 연설에서 『인도네시아군은 현재의 합법 정부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쿠데타설 일축과 비화 공개 와히드의 이같은 발언은 무모한 낙관주의라기 보다는 정국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는 위란토에 대한 신뢰의 근거로 한 비화를 소개했다.
과거 수하르토 정권 당시 군 상부로부터 자신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현 부통령을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위란토 였다는 것이다.
와히드는 『혼란에 빠진 위란토는 내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다시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로부터 직접 그런 지시를 하달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위란토를 잘 알고 있다』는 와히드의 비화 공개는 위란토에 대한 정서적 압박으로 작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세번의 경고 와히드는 그러나 정공법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군부의 동티모르 폭력사태 개입을 확인한 국가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외유 도중 3차례에 걸쳐 위란토의 현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13일 귀국할 때까지 (위란토가) 사임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와히드는 아울러 위란토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개인적 감정 차원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사면권 차원을 통해서인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단지 용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신감과 비판 과거의 실력자를 이처럼 어르고 달래는 와히드의 자신감은 군부가 이제 더이상 정권에 위협적인 권력기관이 아니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정계는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긴장은 군부 전체가 아닌 소수의 「위란토 그룹」에서 발생한 정도라고 한 정치학자는 분석했다. 인도네시아군에서도 그동안 위란토의 급속한 출세가도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상당했으며 와히드의 대통령 취임 이후 공군과 해군의 요직 진출로 군 전체가 문민 통제에 적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와히드의「외유 정치」를 못마땅해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와히드 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 정권을 수립한 만큼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기 보다는 각료들과 함께 통합된 정치력을 정정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란토는 사임에 대해 어떤 시사도 하지 않은 채 4일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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