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영철의 관전노트] 세계랭킹 선정기준 한중일 표준 만들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영철의 관전노트] 세계랭킹 선정기준 한중일 표준 만들때

입력
2000.02.08 00:00
0 0

세계에서 가장 바둑이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 요즘이야 누구나 이창호가 세계 최강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1980년대 중반 한일 바둑계는 이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1986년 가을 대만의 부호 잉창치가 바둑 사상 최초로 대규모 세계 대회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위기(圍碁) 구라부(클럽)」가 특집기획으로 현대바둑 랭킹 베스트 10을 발표한 것.그런데 상위 기사 5명을 고바야시 고이치, 조치훈, 다케미야 마사키, 오다케 에이오, 가토 마사오 등 일본 기사로 모두 채운 후 한국과 중국의 1인자 조훈현과 네웨이핑은 6위와 8위에 배치, 너무 일본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한국측이 발끈했다. 월간 「바둑」은 즉각 반격을 개시, 조훈현을 1위로 하는 독자적인 세계 랭킹을 발표했는데 당시 일본의 1인자였던 고바야시를 9위로 랭크시켜 역시 감정적인 처사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후지쯔배와 잉창치배를 필두로 세계 대회가 속속 개최되면서 각국 기사들의 기력 판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다케미야가 후지쓰배를 2연패하는 등 일본이 강세였지만 89년 잉씨배에서 조훈현이 우승한 것을 계기로 한국이 세계 대회를 싹쓸이하며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성적 판도에 힘입어 세계 랭킹 선정 작업은 한국측에서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 일본의 정상급 기사들이 세계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중일 3국 화폐가치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일본 국내 기전 상금이 웬만한 국제 기전보다 더 많다는 이유로 일본 기사들은 애써 자국 기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한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기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세계 최강 이창호가 지난해 삼성화재 LG배 춘란배 등 각종 국내외 대회 우승 및 준우승으로 8억1,600여만원을 번데 반해 일본의 1인자 조치훈은 기세이 혼인보 등 국내 대회 상금만으로 8,700만엔(9억5,700여만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금년초 중국의 체육주보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상금 랭킹에는 조치훈, 이창호에 이어 고바야시 고이치, 조선진, 유창혁, 왕리청, 조훈현, 마샤오춘, 요다 노리모토, 고바야시 사토루의 순으로 국내 기전 상금이 많은 일본 기사들이 대거 10위권에 들어 있다.

현재 세계 바둑계 현실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랭킹을 매기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테니스나 탁구 등 각종 스포츠 분야에서 엄격하게 세계 랭킹을 정하고 랭킹 변동 상황이 다시 또 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배가시키듯이 바둑도 이제 단순히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랭킹 체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시대의 추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중일 3국에서 공동으로 랭킹 선정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한국에서만이라도 꾸준히 정기적으로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신뢰성 있는 랭킹을 작성 발표, 세계 바둑계의 기준으로 삼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랭킹 선정작업도 병행되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바둑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