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7일 발칵 뒤집혔다. 하루종일 숭숭한 분위기였다. 한국일보의 「호남의원 여론조사 결과」보도때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사무처에는 조사 대상 의원, 공천 경합자, 일반 시민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사무처 직원들은 『우리는 아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자료 자체가 청와대와 당의 핵심 라인에만 보고됐던 「극비사항」이었던 터라 이들로서는 달리 할 말이 없는게 당연했다.그러나 이날로 민주당의 호남의원 대폭 물갈이는 더욱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예상 이상으로 물갈이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료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호남의원 대폭 물갈이는 국민 여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전화자동응답 조사(ARS)는 이면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는 특장이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정확한 흐름(트렌드)을 유지한다』고 말해 본보가 보도한 자료의 「신인도」를 평가했다. 그는 『공천을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ARS 여론조사와 직접현지조사를 다 참작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조사 자료가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여론조사에서 교체여론이 지지율보다 높게 나타난 호남 의원은 모두 바꾸느냐』는 질문에 『시민단체와 국민여론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자료를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말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에선 오전에 열린 당6역회의부터 본보 보도가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자료의 보안이 유지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고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선거법 국회 표결전에 이런 보도가 나와 의원들의 동요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지역여론, 의정활동 등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서 제시한 6대 기준을 합리적으로 잘 적용해 공천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비해 최재승(崔在昇)수석사무부총장은 『호남에서 당선가능성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민주당 간판으로 나가면 누구든 된다』고 일단 의원들 편에 서서 논평했으나 이어 『호남에서도 인물을 잘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물갈이 필요성은 인정했다.
여론조사 당시 구국민회의 사무총장이었던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은 『1월에 사무처에서 조사한 결과를 그대로 민주당 창준위측에 넘겨 줘 조직책선정 및 공천심사 자료로 활용토록 했다』며 『나중 일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남 의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안정권의 소수 의원들은 표정관리에 나섰지만 위험권 의원들은 백방으로 지도부 기류 탐색에 나서거나 아예 체념한 듯 「무대응」으로 나오는 등 극단적으로 대응이 갈렸다.
정동채(鄭東采)대표비서실장측은 광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정적인 위치에 있음이 확인됐는데도 『수치가 틀린 것 같다』며 성에 차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광주의 한 3선의원은 『호남은 김대통령이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여론조사 수치만 가지고 공천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남의 한 초선의원은 여론조사가 시민단체 명단 발표 전에 이뤘졌음에도 『시민단체가 잘못된 자료를 갖고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는 바람에 지역 여론이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경쟁 예상후보와의 지지도격차가 낮게 나온 전남의 모중진의원측은 당측이 상정한 「가상후보」가 누구인지를 궁금해 했다. 정호선(鄭鎬宣)의원측은 『보도전 미리 확인전화를 해주면 좋았을 것』이라고 가볍게 불만을 표시했다. 김명규(金明圭)의원측도 당에서 명확한 해명을 해 주지 않자 난처해 하면서 『정말 당에서 만든 자료냐』며 지도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