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 경제의 호황이 올 2월로 107개월째로 접어들어 사상 최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전 특수 등으로 누렸던 61년 2월부터 69년 12월까지의 106개월 호황 기록을 깬 것으로, 언제 끝이 날 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전후 최악의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 유로화 약세에서 보듯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럽에 비교하면 놀라운 현상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만이 단독 승자인 셈이다.■저실업-저인플레이션-고성장이라는 미국 경제의 모습은 종래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신경제(New Economy)」라고 불린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확산 등 정보기술(IT)의 발달, 강한 달러에 의한 국제자금의 흡수, 유연한 노동시장 등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신경제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은 신경제론이 앞으로 계속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그린스펀 미 FRB의장은 오래전부터 미 경제의 과열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신경제는 가능한가. 최근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이 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지만, 결론은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다. 통신·금융서비스 분야 등을 포함한 지식기반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열악한 경제환경으로 정책 선택에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90년대초만해도 불황에 허덕이는 모습에 「미국 쇠퇴론」까지 들먹였던 일본은 미국 장기 호황의 계기를 미국 정부와 기업이 자신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해 적절한 전략을 세웠던 데서 찾고 있다. 엄격한 규율에 의한 개인과 기업의 치열한 시장경쟁 시스템을 확실히 정착시킨 것이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국내 코스닥 시장은 미국 나스닥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본인 경제 전반에서는 너무 느리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신경제와 멀어지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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