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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볼을 건드리는 습관은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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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볼을 건드리는 습관은 마약

입력
200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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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룰을 지키는 데 철저하기로 소문난 골퍼가 싱글을 친다는 선배와 라운드할 기회를 가졌다. 보기언더 정도를 치는 그는 고수로부터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필드에 나섰다. 선배가 내기를 고집해 핸디캡을 받고 스트로크플레이를 시작했다.첫 홀은 운좋게 비겼으나 두 번째 홀부터 선배가 이겨나갔다. 그는 선배를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선배의 샷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배가 볼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선배는 볼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 좋은 자리에 떨어졌는데도 클럽으로 건드리고 나서야 샷을 했다. 거의 모든 샷이 볼을 건드린 뒤 이뤄졌는데 심지어 벙커에 떨어져 모래 속에 파묻힌 볼까지 발로 툭툭 차서 좋은 자리로 옮겨 놓았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용케 참아내고 목욕을 마친 뒤 식당에서 계산도 깨끗이 끝냈다. 그는 맥주를 한 모금 한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선배님, 오늘 많은 수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배우면 안될 것이 있던데요』 이 말에 선배는 『그게 뭔데?』하고 되물었다.

그는 선배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우회적으로 말했다. 『선배님의 볼 건드리는 버릇은 배우지 않겠습니다. 볼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더라구요. 볼을 손대서 싱글할 생각은 없습니다. 좋은 골프친구 다 도망가면 저만 손해 아닙니까』

이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진 선배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나도 모르게 볼을 건드리는 습관이 굳어버렸어. 아무리 좋은 상태라도 꼭 볼을 건드려야 샷을 할 수 있단 말이야』하고 말했다.

『중독이 돼서 그런 겁니다. 앞으로 볼을 건드리면 선배와는 골프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선배를 터치플레이 중독자라고 소문낼 겁니다』

후배의 악의없는 이 말에 선배는 『좋아, 약속하지. 앞으론 절대 터치플레이를 하지 않을 게』

선배는 이후부터 볼을 건드리는 습관을 깨끗이 버리고 볼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볼을 치는 습관을 붙였다.

터치 플레이는 한 두번만 해도 마약처럼 중독성이 생긴다. 터치 플레이에 중독되면 스코어가 아무리 좋아도 평생 진정한 골퍼대우를 받지 못한다.

방민준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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