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다. 주인은 매일 전화를 걸어 전셋값을 올려주든지 나가달라고 한다.『아직 계약기간도 만료되지 않아 나갈 수 없다』고 했더니 『언론마다 전셋값이 치솟는다고 보도하는 것을 못봤냐. 전셋값을 올려주지 않으면 앞으로 집수리도 안해주겠다』며 오히려 호통이다. 전셋값이 올라간다 싶으면 대개는 인상을 요구하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경우에도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한다.
법이 지켜지지 않고 전세 사는 사람만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고발 창구와 절차도 대부분은 잘 몰라 그냥 집 주인의 요구를 들어준다. 전셋값과 관련된 법이 잘 지켜지도록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셋값 상한제를 제안한다. 집주인들의 반대는 있겠지만 서민들의 주(住)생활 안정이 우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하다. /정공원·서울 노원구 상계동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값은 1년마다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2년, 3년으로 돼 있더라도 전세계약 기간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났거나 전셋값을 조정한지 1년이 경과하면 집주인은 전셋값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에 올릴 수 있는 범위는 5%를 넘을 수 없고 내릴 경우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제한폭이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다가 전세 사는 사람이 응하지 않으면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집주인이 많다.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면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계약기간 중이라면 응하지 않아도 된다.
임대차보호법 상 전세 사는 사람은 계약기간을 최소 2년으로 주장할 수 있다. 명확한 법규정없이 판례에 따라 선별적으로 보호받던 이 권리는 지난해 비로소 법규정으로 확립됐다.
이 법규에 따라 1년으로 전세계약을 한 경우에도 전세 사는 사람은 2년 계약기간을 주장할 수 있다. 가령 주인이 1년 계약기간 경과를 통지하고 전셋값 인상을 요구하다가 이에 불응하는 임차인에게 나가달라고 하더라도 2년까지 살겠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법규는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들이 부당한 전셋값 인상이나 계약기간 중 퇴거 등 불법적인 요구를 하더라도 전세 사는 사람들은 남은 계약기간에 생활이 불편해질 것이 걱정되고 법에 호소하거나 버티는 것이 싫어 대부분 수용하기 마련이다. 인상폭 5% 제한규정도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론까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전셋값 인상 요구가 지나치다 싶을 경우 법원에 민사조정 신청을 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고 법원이 판단해주는 선에서 인상폭을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당한 퇴거 요구의 경우 법률 상 집주인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내용증명 등을 통해 보내고 퇴거를 거부하면 된다.
전세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요 쟁점이 되면서 상담을 해주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02)503-7035 대한주부클럽연합회 (02)779-1573 대한법률구조공단 (02)536-5577 서울YMCA 시민중계실 (02)725-1400 한국소비자보호원 (02)3460-3000 등이 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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