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전화 업체인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가 난항 끝에 사상 최대의 합병 거래를 성사시켰다.독일 최대 통신업체인 만네스만 감독위원회는 4일 보다폰 에어터치와의 우호적 합병안을 승인, 두 회사는 자산 규모 1,800억유로(달러)의 세계 이동 통신업계의 초거대 공룡 회사로 거듭 태어나게 됐다.
두 회사의 화학적 화합과 국가간 이동시 해결해야 할 기술상의 문제 등이 선행 과제여서 당장 가입자들이 느낄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하나의 이동전화」시대를 지향하는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일대 판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다폰(영국)과 에어터치(미국)의 합병에 이어 보다폰 에어터치의 만네스만 합병으로 미국과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잇는 이동전화 사업의 초(超) 대양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1억5,000만명 가량인 유럽의 이동통신 가입자 규모도 2년 뒤에는 그 두배인 3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될 만큼 이동전화 사업의 기세는 폭발적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즉각 『정말 대단히 좋은 뉴스』라고 환영의사를 표했다.
당초 양사 합병은 자존심 손상 등을 이유로 독일의 만네스만측이 결사 저항함에 따라 난항을 겪었다. 보다폰은 이에 공개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했고 이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며 양국 총리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이질적인 영국 기업이 주주권리만을 근거로 독일 기업에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유럽 기업이 영국기업을 사들이기도 하고 영국기업이 다른 유럽기업을 사들이기도 하는 것이 유럽 시장』이라고 시장 자유를 내세워 반박했다. 국가간 갈등 양상까지 표출됐던 셈이다.
이같은 신경전끝에 결국 양사합병은 성사됐으나 이 과정에서 만네스만도 불어난 몸값을 챙겼다.
인수액수는 첫 제의시 1,070억달러에서 1,250달러로 올랐고 다시 1,600억달로까지 상승했다. 주식 배당 조건도 만네스만 주식 1주당 보다폰 주식 53.7주에서 58.96주로 오른 비율로 타결됐다. 만네스만은 새 회사의 주식 지분 보유율에서도 당초 보다폰측의 안보다 많은 49.5%를 확보했다.
양사가 막판 협상 끝에 이번 합병을 우호적 합병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과정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만네스만의 「체면」을 위한 것일뿐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의 결과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합병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통상적 합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은행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대규모 상업차관을 장기적으로 대출하는 이른바 신디케이트 론으로 충당됐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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