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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하철…'1000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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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하철…'1000회 공연

입력
200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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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남게 됐다.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어제로 1,000회 공연을 마쳤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캐츠」 「미스 사이공」등이 몇년을 두고 장기 공연되고 있다. 우리도 자랑스런 뮤지컬을 갖게 되었다. 「지하철…」은 94년 초연된 이래 16만명이 보았는데, 관객은 대부분 10-20대다. 뮤지컬은 역시 젊은 문화다. 출연배우 중에 방은진 설경구 같이 영화계의 스타가 탄생하는 경사도 있었다.■「지하철…」은 강렬한 록음악과 호소력 짙은 아리아, 걸쭉한 욕설로 관객을 휘어잡으며 지하세계를 달린다. 운행구간은 옌볜 처녀가 탄 서울역부터 그의 목적지인 홍등가 「청량리 오팔팔」까지다. 이 뮤지컬은 서울과 역사라는 어두운 광맥을 파고들어가 이야기를 캐낸다. 사람끼리만 보고 가는 지하철에서는 인간의 삶이 바깥 세상에서 보다 훤히 보인다. 외판원과 군인 취객 창녀 등 밑바닥 인생의 한 많은 사연과 좌절, 희망이 생생한 언어로 전달된다.

■「지하철…」은 독일작가 폴커 루드비히의 「1호선」이 원작이다. 원작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베를린 처녀가 서베를린에 있는 애인을 찾아가며 접하는 낯설고 신기한 풍경을 스케치식으로 그린 뮤지컬이다. 1970년대의 대표적 작곡가·가수에서 연출자로 전업한 김민기의 번안이 작품에 생동감과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원작자와 작곡가 등은 한국판 1,000회를 보러 내한해서 『이 뮤지컬은 번안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때로는 숙연해지고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지하철…」에는 국토 분단이라는 육중한 기저음이 깔려 있다. 번안하면서 동베를린 처녀가 중국동포 아가씨로, 서베를린 애인이 청량리 건달로 대치됐으나, 독일은 어느덧 통일이 되었다. 상황이 바뀌자 독일에서는 「1호선」도 936회로 막을 내렸다. 분단현실이 있는 한 우리 「지하철…」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반대로, 통일이 되고 이 뮤지컬이 막을 내리는 것을 보고 싶기도 하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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