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개발한 발명품 가운데 핸드폰만큼 우리 생활에 빨리, 그리고 깊숙히 침투한 제품도 없는 것같다. 핸드폰은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을래랴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다른 모든 현대기기, 예를 들면 자동차가 그러하듯 핸드폰도 가끔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누린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살다보면 간혹 내가 다른 사람을 방해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와 똑같은 방해를 할 때 하지말라고 말하고 그러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하지 말하고 그러는거야』라고 반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담배를 아무데서나 피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해도 내가 그 권리를 주장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아무리 매연을 많이 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게 내 권리라 해도, 그것 때문에 보행자들이 지장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안되는 일이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레스토랑에서 아무 때나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게 고객의 권리라고 하지만 주위 사람들 또한 조용히 밥을 먹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핸드폰이 사용자의 생활에 너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은 완전히 무시당하는 일을 가끔 보았다.
한번은 어떤 아주머니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말고는 핸드폰을 꺼대들고 자기 친구와 신나게 떠드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자기 핸드폰 때문에 동석하고 있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망치고 더 나아가 남편과 아이들이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사실 프랑스인들은 『내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난 사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어서 『내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즉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보다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핸드폰으로 전화할 수 있는 권리, 이 새로운 권리를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사용자들이 참다운 도덕정신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핸드폰을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고 있는 것도 혹시 이때문은 아닌지.
/마리즈 부르뎅·프랑스 대사관 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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