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아이건 서랍 뒤지기를 좋아한다. 내 아이 주형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나하나 탐색전이 끝나야 그 서랍을 빠져 나올 정도로 집중력 있게 뒤진다. 나는 이것도 놀이 과정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위험한 것들은 치우고 재미있는 것들로 모아 두고 있다.이를테면 문구류 서랍을 정해서 펀치, 가위, 풀, 스카치테이프, 고무줄, 볼펜, 연필 등을 넣어둔다. 주형이가 그 서랍을 열면 나는 종이, 광고지 등을 갖다 주고 바닥에는 신문지를 깔아 준다. 주형이가 분명히 연필이나 볼펜을 꺼내서 그림을 한바탕 그려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형이가 무엇이든 뒤져도 되지만 신문지 위에서 공작놀이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주형이가 실컷 뒤지고 나면 다른 것들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거나 색다른 그림을 그려준다든지 해서 서랍에서 노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했다. 주형이가 혼자 놀면 5분도 안되는 시간을 내가 도와주면 10∼15분 정도로 연장된다. 주형이는 다음에 그 서랍을 열었을 때는 좀 더 다양하게 놀게 된다.
선물포장 서랍도 소개하고 싶다. 누가 선물하여 준 포장지와 리본, 꽃장식, 종이봉투 등을 모아 두는 곳인데 주형이가 매우 좋아한다. 주형이가 갖고 놀다가 지치면 테이프로 리본 묶는 법, 꽃 모양 만드는 법을 보여주면 놀이 시간이 길어진다. 주형이가 혼자 곰곰히 생각하면서 놀이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대견스러워진다.
요즘처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진 계절에는 집안 곳곳에 장난감이나 놀거리를 숨겨놓는다. 그러면 주형이는 놀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아이 키우는 데는 엄마의 조그마한 요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요즘이다. /김숙경·육아정보지 「보금자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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