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2월은 파업으로 시작됐다.파업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트럭 운전사들의 도로봉쇄시위. 영국과 독일 벨기에로 통하는 동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도로 60여곳이 봉쇄돼 국경을 건너는 차량들의 발이 묶였다. 트럭운전사들은 『1일부터 시행된 주 35시간 노동제로 노동시간은 4시간이나 줄었는데 시간당 임금은 여전하다』며 야간임금 50% 인상과 연말 보너스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파리의 지하철 버스 교외철도(RER)를 관장하는 파리교통공사(RATP)노조도 1일 파업을 실시, 수도권 일대의 교통이 마비됐다. 임금인상과 근로환경개선이 파업 이유였다. 이 날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이 운행을 중단하자 출근자들이 일제히 승용차를 몰고 나와 큰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일부 학교와 직장은 아예 임시 휴무일을 선포했다.
3일에는 환경미화원들과 앰뷸런스 운전사들이 파업을 개시했다. 종합병원 의사와 간호사, 에어프랑스 노조, 국공립학교 교사 및 공무원들의 파업도 이번 주로 예정돼 있다. 평소 시위와 파업이 잦기로 유명한 프랑스지만 마치 「파업주간」이라도 맞은 것 처럼 각종 파업이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태연하다. 신문과 방송들도 파업소식을 담담하게 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노선과 정류장에 대한 안내와 문의전화번호 게재가 파업뉴스의 전부다.
시민들도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정류장에서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렸다는 한 노인은 TV와의 인터뷰에서 『불편하지만 노조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30대 파리지앵은『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한다면 내가 파업할 때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연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타결될 때까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와 파업도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두행진에 피킷과 현수막이 보이기는 하지만 참가자들의 옷차림과 분위기는 비장함이나 엄숙함과 거리가 멀다.
우스꽝스런 모자에 요구사항을 쓴 모습과 피에로 복장도 간간히 등장, 시위대라기보다 가장무도회나 축제 참가대열을 연상시킨다. 파업대책으로 정부에 비상이 걸리고 공권력 투입 엄포와 돌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살풍경은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걸리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프랑스식 논리적 사고는 시위문화에도 깃들여 있는 듯 하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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