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이어 영화 「춘향뎐」이 또다시 10대 성문제와 관련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논란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춘향뎐」이 미성년자의 성행위 장면을 흥행에 이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발되었다. 언젠가 겪게 될 논란이지만, 「춘향뎐」과 「거짓말」의 제작자·감독이 영화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짚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시 우리 영화계의 풍토를 전반적으로 짚어 볼 시기가 된 셈이다.이번 논란은 춘향역을 맡은 배우(16·여고 1년)의 가슴이 드러나는 노출장면과 몇개의 정사장면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학대와 착취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거짓말」과는 달리 이 논란은 영화 자체의 외설성, 음란성 여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의 경우 여배우는 성인이지만 주인공이 여고생이어서 문제가 됐는데, 「춘향뎐」은 여고생을 벗긴 것이 초점이다. 위원회의 관점은 「춘향뎐」이 흥행을 목적으로 한 공연물인 이상, 부모와 본인의 허락이 있었더라도 16세 소녀에게 성행위 장면을 연기시킨 것은 「미성년자의 성적 부당이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권택 감독은 『마치 16세 소녀를 벗겨 돈을 벌려는 상업영화로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번 「거짓말」 때도 지적했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만들어진 몇 편의 「춘향전」과, 같은 16세 소녀가 등장하는 몇 편의 외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노출 시비는 없었다. 가슴뿐 아니라 옆 모습의 전라 장면 등이 나오는 「춘향뎐」의 경우 12세 이상 관람가가 적절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벗기지 않은 우리 영화 「쉬리」가 돌풍을 일으키고도 있지만, 영화계의 큰 흐름이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필요 이상의 노출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 감독도 그런 경향 내지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는 지난번 「창(娼)」에서 시작된 듯하다. 「거짓말」의 장선우 감독 역시 「나쁜 영화」 이후 비슷한 행로를 밟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거짓말」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도 없이, 덕분에 화제가 된 이 영화는 9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대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거짓말」이든 「춘향뎐」이든 검찰이 꼭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사와 감독일수록 좀더 보편적 도덕 기준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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