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죠』『몸도 불편하신 분이 이렇게 저희들을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설을 이틀 앞둔 3일 낮 12시 서울 중랑구 중화2동 「양지촌」 음식점에서 59명의 할아버지는 어느 때보다 값진 점심대접을 받았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시중을 들고 있는 이 음식점 사장 천현식(千炫植·64·서울 중랑구 중화2동)씨.
『어려운 노인분들을 보면 항상 어머니 생각이 먼저 듭니다. 명절인데도 외롭게 지내시는 분들께 따뜻한 한끼 식사라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3급 지체장애인이면서 구순 노모를 모시고 있는 천씨는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한국전쟁 당시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천씨의 어머니는 바느질품을 팔아 6남매를 키웠다. 『어머님 은혜에 만분지일이라도 갚을 수 있을지…. 좀 살만해지니까 어머니는 너무 늙어버리셨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도덕운동협회에서 주는 효자상을 받았던 천씨는 두살 때 방바닥에 떨어지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친 후 장애인이라는 편견 속에 힘겨운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막노동판 일부터 시작해서 원예사업, 식품장사, 스테인리스가게 점원 등을 하면서 수없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5년 전 친척이 운영하던 음식점을 넘겨받아 시작한 요식업이 천씨에겐 전기가 됐다. 남들보다 몇배로 노력한 덕택에 이젠 4개의 식당을 경영하는 어엿한 사장이다. 『제가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립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이제부턴 남을 돕는 일에 제 여생을 바칠 겁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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