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집무실에는 『달러는 여기서 출발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가 일궈낸 「신경제」 만큼 달러의 위세는 세계를 아우르며 『금세기에도 「팍스 아메리카나」를 열자』는 야심을 북돋우고 있다.지난 100년간 미국의 세계 지배를 완성한 것은 분명 경제력이었다. 미국은 세계 4%의 인구로 세계 총생산의 27%를 일궈내고 있다. 미국은 전기, 내연(內燃)기관, 대량생산체제, 그리고 정보화까지 경제변혁의 동인을 철저히 주도했다. 이제는 세계화를 고리로 신경제의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희망대로 「US.com」의 독주가 지속될 지는 장담하기 이르다. 『미 경제가 튼튼한 펀더멘틀을 구축했다』는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복병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위험수위에 도달한 경상수지 적자. 지난해말로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이른 경상수지 적자는 「강한 달러」와 이에 동반한 신경제의 기반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국내적으로는 개인과 기업의 과도한 부채가 부담이다. 개인 빚은 증시활황으로 주식투자를 위한 신용융자가 최근 5년간 3배 증가하면서 지난해 소득을 넘어섰다.
2개월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가구비율이 95년 7.1%에서 98년 8.1%로, 채무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는 가구도 같은기간 10.5%에서 12.7%로 각각 높아졌다. 기업역시 지난 2년간 직원들에게 제공한 스톡옵션을 매입하는데만 4,600억달러를 들이는 등 임금지불과 「주가 떠받치기」를 위해 빚을 낸 결과 부채가 9,000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을 제외한 민간부채 규모는 지난해 GDP의 132%를 기록했다. 현재로선 보유 주식 등 자산가치가 부채보다 높지만 주가가 곤두박질할 경우 미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빚 상환을 위해 주식을 내다 팔 게 되고, 이는 투매로 이어져 「붕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증시호황에 편승, 경기 상승의 견인차였던 민간소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장기 침체 늪에 빠뜨린 1929년 대공황, 87년의 블랙먼데이 역시 과도한 빚에서 비롯됐다.
뿐만 아니다. 장기호황으로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향상됐지만 절대빈곤층이 늘고, 빈부격차도 커지는 그늘이 경제 한켠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침체는 시기와 정도가 문제일 뿐 반드시 온다』는데 경제학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로 생산성 향상 → 기업 이익· 투자수익률 상승 → 물가상승 압력 흡수 → 투자 확대」의 선(善)순환 구조가 영원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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