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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회창총재의 연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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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회창총재의 연두회견

입력
200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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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연두회견을 갖고 정치개혁은 「정치권의 환골탈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감한 공천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천개혁을 통해 야당부터 물갈이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정치권을 확 바꾸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백번 옳은 자세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이런 자세를 가졌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처럼 시민단체의 낙선·낙천운동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법 질서의 혼란현상도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어떤 인사를 공천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유감스럽고 또 믿기어려운 것은 이 총재가 제시한 방향이 옳다하더라도 야당을 비롯한 오늘의 정치권이 과연 그같은 방향에 합치할 만큼 행동하느냐 여부이다. 「회견내용 따로 행동 따로」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야당의 태도를 들 수 있다. 이 총재는 민간인이 참여하는 선거구획정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자신은 물론 김대중대통령도 간섭하지 말고 그 결정에 따르자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은 위헌론을 제기하며 선거구 획정위가 마련한 안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인구대표성을 전제로 할 때 위헌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구와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충족 할만한 제도를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치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총재는 또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왜 야당은 공정한 룰_선거법을 만드는 일에 소홀한가 라는 질문을 받을만 하다. 정치권이 한시가 급한 선거법 처리를 또다시 8일로 연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에서 만큼은 여야 어느 쪽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되어있다. 여당의 경우, 아무리 소수당의 한계라지만 성의가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집권당의 입장에서 깜박했다는 것인지, 의석이 모자라 표결처리가 불가능 하다면 애초부터 자민련을 등돌리지 않게 했어야 했다. 자민련은 캐스팅보트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캐스팅보트는 생산적으로 행사할 때 빛이 나게 마련이다.

이해가 안가는 것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한 표결처리를 주장하더니 회기 막판에 두개의 수정안_1인2표제·인구상하한선 9만~35만명안과 1인2표제·9만~31만명안_을 제출했는데, 이는 정책의 일관성도 없을뿐만 아니라 떳떳하지 못한 처사다. 아마도 공동여당을 교란하기 위해 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쨌거나 여야가 모두 말따로 행동따로의 정치놀음을 하는 사이 법의 정신은 빠른 속도로 훼손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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