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최북단인 강원 고성과 남쪽 부산을 잇는 7번 국도는 아름다운 도로로 손꼽힌다. 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반대편으로는 푸른 동해를 보며 달린다.흠이 있다면 산도 바다도 멀찌감치서 감상한다는 것. 게다가 도로 곳곳이 확장되고 난간이 높아지면서 드라이브의 운치가 크게 줄었다. 「파도의 포말을 얼굴에 맞을만큼 바다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은 없을까?」. 경북 영덕군의 918번 지방도로가 그 해답을 줄 듯하다.
이제는 제법 동해안의 명소가 된 강구항이 출발지이다. 포구의 복잡한 거리를 지나면 교통량이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이 펼쳐진다. 바다는 차창 바로 바깥에 있다. 센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면 포말이 뽀얗게 차 유리를 덮는다.
잠시 가다보면 금진포구. 강구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어항이다. 언제나 갈매기들이 해변과 마을을 뒤덮는다. 오징어철이면 피대기(덜 말린 오징어)를 널어놓은 작은 덕장이 도로의 갓길을 점령한다. 짠 바닷바람과 비릿한 오징어냄새가 뒤섞여 차 안으로 들어온다.
금진포구를 지나면 길은 옆으로가 아니라 위로 바다와 멀어진다. 벼랑 위에 무인등대가 있고 그 옆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탁 트인 바다, 그 위로 고깃배만 한가롭게 떠다닌다. 더 달리면 경정리 차유마을이다.
「영덕 대게 원조마을」이라고 이정표에 써 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항구로 내려가면 대게를 크게 조각해 원조마을임을 나타내는 비석을 볼 수 있다. 길은 축산해수욕장까지 30여㎞나 이어진다.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한눈을 팔다보면 1시간으로도 모자란다.
동해안에는 이와 비슷한 도로가 여럿 있다. 경북 울진의 덕산해수욕장에서 망양정에 이르는 울진 해안도로는 이미 울진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고, 동해시 묵호항에서 망상해수욕장을 잇는 도로는 동해안 포구의 정취를 깊게 느낄 수 있다. 강릉시 안목해수욕장에서 연곡해수욕장을 잇는 해안길은 모래사장 위에 놓여진 직선길로 특히 겨울바다를 완상하는데 그만이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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